등록 : 2005.08.29 16:30
수정 : 2005.08.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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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안된 대체의료 실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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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시장은 암(暗)시장’ 30일 방송
케이블TV 건강프로 ‘광고성’ 도 지적
문화방송 <피디수첩>은 30일 밤 11시15분 방송될 ‘암()시장은 암()시장!’(연출 김만진·김재영)에서 정부나 의료체계의 관리·감독 없이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대체의료, 대체식품 시장 실태를 고발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국에서 9달러에 팔리는 류머티스 보조치료제 ‘MSM’이 식약청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목욕용품으로 수입돼 다단계 방식으로 암치료제로 팔리고 있는 실태를 추적한다. ‘MSM’은 콩팥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약물이다. 서울의 암 전문병원 주변 대형약국에서 암 환자에게 좋다며 불티나게 팔리는 ‘은물’에 대한 의문점도 제시된다. 한 병에 2만원씩 팔리는 ‘은물’은 출처도, 유통망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물이라는 것. 이 물을 팔고 있는 한 약사는 “검증은 안됐지만, 확실히 암에 좋다”는 근거 없는 변명을 취재진에게 늘어놓는다.
또 암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사혈요법(부항 등으로 나쁜 피를 빼내는 요법)’으로 폐암 4기 환자를 치료한다는 말을 듣고 환자들이 사혈요법을 받은 뒤 피를 보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수혈을 받아가면서 치료를 감행하고 있는 실태를 취재했다. 사혈요법을 받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이미 암이 온 몸으로 퍼진 한 환자의 보호자는 “어차피 죽을 목숨을 이용해 환자의 돈과 시간을 앗아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은 과연 없느냐”라며 분노를 표출한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는 여러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산삼약침으로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홍보된 서울 강남의 한 한의원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산삼약침과 탕약을 이용한 치료비용이 3개월에 4500만원이나 되는 이 한의원은 약효가 검증되지 않는 약침을 정맥 주사해 환자들이 집단 부작용을 일으키고, 일부는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악소문이 많았음에도, 이 한의원의 한의사는 케이블 텔레비전과 잡지에 여러 차례 ‘명의’로 소개돼 새로운 환자들을 끌어모았다. <피디수첩>은 이번 취재에서 이 한의사가 케이블 텔레비전에 프로그램 제작비를 내고서 방송에 출연하는 등 케이블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수많은 건강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우리의 현실과 대조적으로 취재진이 미국과 독일의 암치료 현황을 살펴본 결과, 독일 훔볼트대학의 대체의학센터에서는 심리치료와 미술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법들이 항암제 치료와 함께 병행되고 있었다. 환자들은 암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으며 토털 케어 방식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의 국립암연구소(NCI)에서는 대체의료센터에 연간 9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 환자가 취할 수 있는 대체요법과 대체식품을 구별해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가운데 암에 효능이 있는 물질이 있는지 검증하는 대규모의 프로젝트도 실행하고 있었다.
<피디수첩> 김재영 피디는 “잘못된 정보와 불명확한 경로로 형성된 암()시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의 돈과 생명이 약탈당하는 현실을 짚어보고, 자정능력을 잃은 이 시장을 개혁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제안하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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