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02 20:21
수정 : 2013.10.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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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림이 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 옥상정원에서 눈을 감은 채 바람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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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윅스’ 킬러역 송재림
모델 출신…‘해품달’서 얼굴 알려
진지한 배역과 다르게 천진난만
“이제 밝은 캐릭터 연기하고 싶어”
이야기를 나누면 느낌이 좋은 사람이 있다. 가끔 주제가 엇나가 별나라, 달나라를 갈 때도 있지만, ‘피식’ 웃게 된다. 이를테면 군대에 관한 질문에 시급 2670원을 받고 나사를 아주 열심히 조였던 방위산업체 얘기를 하다가, 촬영 때문에 예비군 훈련에 계속 빠져서 벌금 50만원이 나왔다고 푸념하며 끝나는 식이다.
다소 엉뚱한 것 같지만 진지하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천진난만하다. 연기자 송재림(28)이 그렇다. 이름이 익숙지 않다고? <해를 품은 달>(2012)의 호위무사 ‘운’, 최근 종영한 <투윅스>의 킬러 ‘김선생’을 떠올리면 된다. 함박웃음을 지으면 호위무사나 킬러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가을 햇살이 좋았던 1일 오후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송재림은 그랬다.
데뷔작이 “2009년 영화 <여배우들>이 맞냐”고 물으니 약간 억울해한다. “영화 자체가 다큐처럼 만들어져서 그냥 옆에 서 있었을 뿐”이었단다. 그렇다면 그나마 ‘연기’를 했던 영화 <그랑프리>(2010년)가 데뷔작이 되겠다. 물론 그 전에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전도 유망한 모델이었다. 180㎝의 ‘비교적 작은’ 키지만 모델로 승승장구할 수 있던 건, 주위 사람들을 ‘큰바위 얼굴’로 만드는 아주 작은 얼굴과 황금 비율의 몸 때문일 게다.
<꽃미남 라면가게>(티브이엔·2011년)를 거쳐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할 때만 해도 “촬영 현장이 무서웠다”고 한다. “아무것도 몰라서 ‘조명이 너무 뜨겁다’고만 느꼈”고 “‘레디~, 액션’ 뒤 첫 대사를 할 때까지의 적막감이 너무 두려웠다.” 그 당시의 스스로에게 주는 연기 점수는 “그냥 마이너스(-)”다. 지금은? “숫자를 싫어해서 점수 매기고 싶지 않다”며 답을 회피한다.
하지만 통과의례를 치른 뒤부터는 “책 읽기로 치면 목차를 다 읽은 기분이 들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적막감을 채워넣을 수 있는 테크닉이 점점 생긴다고나 할까. 송재림은 “<해를 품은 달> 때 백신을 맞아서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성격도 조금씩 바뀌고 있단다.
<투윅스>에서 그는 문일석(조민기)의 사주를 받고 주인공 장태산(이준기)을 위협하는 전문 킬러로 분했다. 극 후반에는 문일석에게 밀려났던 한치국(천호진)의 잃어버린 아들로 밝혀져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모습은 킬러 그 자체였다. 송재림은 “이제 ‘운’이나 ‘김선생’ 같은 과묵한 연기는 지양하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투윅스> 종영 뒤 “방향을 잃은 개처럼 침대 위에 둥둥 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직은 ‘김선생’의 여운이 짙은 듯하다.
송재림은 연기의 매력에 대해 “가면을 쓰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내가 연장돼 캐릭터에 녹아들기는 하지만 결국 연기는 가면이고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장을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즐거움을 알아야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을 고르는 휴식기에 그는 무엇을 할까. “집에서 책 읽고, 컴퓨터 하다가 화·목·일요일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하러 나가겠죠”라며 활짝 웃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밝은 캐릭터의 ‘재림’을 기대해 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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