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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상파 방송사들의 드라마 편성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기 종영에, 무리한 연장 방송, 변칙 편성까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방송은 월화 드라마 <그녀가 돌아왔다>가 지난달 16일(화) 끝났는데도 후속작인 <웨딩>을 그 다음주 월요일인 22일부터 시작하지 않고 23일 화요일 첫 방송을 내보내는 변칙 편성을 했다. 대신 월요일엔 영화를 방영했다. 막바지로 치달으며 최고 시청률 경신을 기록하던 에스비에스 <패션 70s>와의 정면승부를 피하려는 의도였다. <웨딩>의 이런 파행 편성은 이번주에도 이어졌다. 월화 드라마인 만큼 2회는 지난 29일(월) 방송됐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같은 시간대 <패션 70s>의 마지막회 방영을 피해 30일(화)에 2회분을 내보낸 것이다.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 횟수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데는 에스비에스가 ‘선수’다. 애초 24부작으로 시작한 <패션 70s>이 중반 이후 인기몰이를 해나가자 에스비에스는 연기자들과 방영 횟수 연장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28회로 종영했다. 이 드라마의 이재규 피디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장방송을 둘러싸고 남은 분량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제작을 해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스비에스는 <패션 70s>의 전작인 <불량주부>도 초반에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조기 종영을 검토하다가 시청률이 높아지자 연장 방송을 했다. 시청률이 조금만 안 나온다 싶으면 여지없이 조기 종영을 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에스비에스는 금요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를 24회에서 18회로, 특별 기획 드라마 <해변으로 가요>도 16회에서 14회로 조기 종영을 결정했다. 문화방송도 <사랑찬가>의 경우 근친상간 논란,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 등의 이유로 주말 드라마에 적합하지 않다며 조기 종영을 요구한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이보다는 낮은 시청률 때문에 방송사가 50회에서 39회로 무려 11회를 앞당겨 조기 종영하기로 했다.방송사들이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 횟수를 늘였다 줄였다 하고, 시청률을 의식해 드라마 방영 요일을 제멋대로 바꾸는 것은 궁극적으로 광고 수입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광고 수입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방송사가 드라마 편성을 제멋대로 바꾸는 것은 시청자의 권리를 무시한 횡포이다. 무리한 연장 방송은 극의 흐름을 왜곡시켜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고, 조기 종영은 준비 안 된 후속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드라마의 질 저하는 결국 시청자들의 피해로 연결된다. 뿐만 아니라 방송사가 애초에 드라마 기획 의도와 방송 횟수를 밝히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한 약속과 다름없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믿음을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을 스스로 범하는 행위이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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