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4 18:05
수정 : 2005.09.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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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이미지벗고 대중 방송으로” 황규환 원불교 ‘원음방송’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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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방송’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5일부터 획기적인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열린 에프엠(FM)’을 선포한 황규환(66) 원음방송 회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2개국에 버금가는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 회장은 “종교방송이라는 이유로 원불교 관련 정보만 많이 내보내면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며, “청취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뿐 아니라 다른 종교 관계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음방송은 서울권 89.7㎒, 영남권 104.9㎒, 호남권 97.9㎒로 전국방송 체제를 갖춘 원불교 라디오방송이다. 그동안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원음방송이 대중들에게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7월부터다. 5월 말 원음방송 회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이 지상파 텔레비전과 아이비스포츠가 스포츠 중계권을 놓고 경쟁을 하는 동안, 틈새를 잡아 박찬호 선발등판 경기 라디오 독점중계권을 따낸 것. 7월부터 이 방송은 박찬호 선발등판 경기를 내보내며 채널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황 회장은 청취자 층을 넓히기 위해 우선 시사 프로그램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시사평론가로 이름을 날렸던 방송인 봉두완씨를 영입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 시간대인 아침 7시부터 1시간30분을 맡겼다. 황 회장은 “엄정 중립적인 위치에서 시사문제를 다뤄 고정 청취자를 중심으로 차츰 세를 넓혀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디오의 강점인 음악 프로그램도 ‘우리 음악’으로 특화했다. 이를 시작으로 방송의 공익적 기능을 하나하나 실천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원음방송은 우리 문화를 대중화하고 세계화하자는 뜻으로 24시간 모든 프로그램에서 순수 국내 가요만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도 외국어나 외래어는 쓰지 않을 것이고요.”
한국방송 라디오본부장을 거쳐 아리랑티브이 사장, 경인방송 회장, 스카이라이프 사장을 거쳐 지상파와 지역 민영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위성방송 등 방송 전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황 회장은, 방송의 공익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익성을 등한히 하는 지상파 텔레비전의 방송 행태와, 이를 감독해야 할 방송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가 방송위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처럼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무보수로 원음방송 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뒤 평생 쌓은 전문성을 그냥 썩히기보다 어디든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제가 신도로 있는 원불교 방송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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