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0 17:43
수정 : 2005.09.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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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루루공주’ (극본 권소연 이혜선, 연출 손정현)에 출연하는 김정은과 정준호.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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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연기를 계속해 나갈 수 없다."
드라마 주연 배우가 출연 중인 드라마 내용에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하차 의사를 드러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SBS TV '루루공주'(극본 권소연ㆍ이혜선, 연출 손정현)의 주인공 김정은은 10일 오전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더 이상 여러분을 속일 수 없다"면서 "다 소진되어버린 이야기들을 억지로 늘여서 쥐어짜가며 연기할 자신이 이젠 없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6회 분량이 남아 있는 '루루공주'에 더 이상 출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셈. '루루공주'는 드라마 방송 초반부터 간접광고와 억지설정 등의 이유로 지적을 받아왔다.
김정은은 "연기를 하면서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진심으로 열심히 하면 믿어주겠지', '진실하게 하면 통할거야'라는 믿음 뿐이었다"라며 "지금 이 순간 그 진심과 믿음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연기를 계속해 나갈 수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가 이런 심정에 다다르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갈수록 반복되는 이해되지 않는 드라마의 흐름을 여러분께 도저히 진심을 담아 이해시킬 수가 없다"며 "진짜 사랑하고 싶고 진짜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덧붙였다. 결국 설득력이 떨어지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공감하지 못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진심없이 이해없이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선 정말 죽기보다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회마다 바뀌어버리는 캐릭터를 더 이상 연기할 자신이 없다. 왜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충분하지 않은 채로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 같은 심경을 밝히자 제작진은 즉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작가와 김정은의 소속사와 접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구본근 SBS 책임프로듀서는 "김정은 씨의 말이 확대해석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잘 마무리해서 방송에 지장이 없게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루루공주'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라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재벌가 손녀 고희수로 출연 중이다. 정준호, 김흥수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설정이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와 에피소드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김정은은 10일 오후에 촬영이 예정돼 있었지만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 채 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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