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사극 ‘정도전’ 한 장면
|
KBS ‘정도전’, 정몽주 죽음으로 2라운드 막내려
이런 절절한 멜로가 없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절박하고 상대를 잃고싶지 않은 간절함은 어느덧 눈물이 되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이쯤되면 다음 수순은 사랑에 목숨 걸고 불륜이라도 불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다음 수순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내 것이 안 된다면 너는 사라져줘야’ 했다. 불륜도, 희생도, 양보도 없다.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삼각관계를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진하고 애절하게 그리며 지난달 2라운드를 마감했다. 정치 9단 이인임(박영규 분)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1라운드를 이끌었다면 지난달 24일 선죽교의 거사로 막을 내린 2라운드는 이성계(유동근)-정몽주(임호)-정도전(조재현)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로 요약된다. 실제로 ‘정도전’의 2라운드는 이들 세 인물이 서로의 마음을 얻고, 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내용을 전개하면서 이들이 서로에게 뿜어내는 마음을 여느 남녀의 사랑 못지않게 묘사했다.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상대를 가슴 깊이 아끼고 평생 함께 하고픈 동지이자 벗으로 여긴다. 하지만 운이 다해가는 고려를 앞에 두고 셋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백성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는 세 사람 모두 두말없이 합일점을 이룬다. 하지만 그 나라가 고려여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정치가 무엇이며, 정치판의 생리가 어떠한지를 이인임을 통해 신랄하게 구현했던 정현민 작가는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관계를 그리면서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버렸다. 단순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이 나누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동지애, 인간애, 우정에 초점을 맞춰 그것이 역성혁명 앞에서 어떻게 깨져가는지를 ‘가슴 아프게’ 추적했다.
|
KBS 사극 ‘정도전’ 한 장면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