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01 19:31
수정 : 2014.09.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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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9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제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서 국내외 코미디언 100여명이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패러디한 블루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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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몽트뢰…’ ‘6디’ 외국 수작 늘었지만
한국 코미디는 열악한 콘텐츠 확인
김준호 위원장 “공연 다양화 시도”
예산 부족에 공연일정 축소 아쉬움
‘제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8월29일~9월1일)의 애초 계획은 거창했다. 해운대에 특설무대를 세우고, 부산 곳곳에 홍보 깃발이 나부끼고, 먹을거리와 웃음이 가득한 축제의 장. 그러나 31일 현지에서 만난 김준호 집행위원장은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고 했다. 예산과 행정지원 문제로 해운대에 무대를 마련할 수 없었고, 다른 공연에 밀려 깃발도 꽂지 못했다. “기간도 1주일 동안 하려다 예산 문제로 4일로 줄였다”고 했다. <개그콘서트>의 김준호는 1회에 이어 올해도 사비까지 털어 축제의 성공을 위해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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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위스 팀의 합동무대 ‘몽트뢰 코미디 @ 부산’ 공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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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 좋지 않아서일까.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29일 열린 개막식에는 빈자리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축제의 막이 오르자 수준높고 다양한 코미디공연이 이어졌다. 올해 19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부산에 또 하나의 명물이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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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격인 ‘웃음바다상’은 오스트레일리아 엄비리컬 브라더스의 ‘돈 익스플레인’에게 돌아갔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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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공연에 연령별 맞춤 공연까지 올해 선보인 유료공연은 모두 8개. 그 중에서 외국 참가자의 공연은 ‘6디(D)’ 등 4개다. 모두 외국에서 인정받은 작품들로 푯값이 아깝지 않았다. 사다리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등 아찔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는 ‘몽트뢰 코미디 인 부산’, 입으로 모든 상황에 맞는 소리를 내는 엄비리컬 브라더스의 ‘돈 익스플렌’ 등. 이들 공연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자체로 이번 축제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사실, 지난해는 외국 공연이 기대 이하였고 잡음도 있었다. 최대웅 부집행위원장은 “올해는 공연 선정에 특히 신경썼다. 모든 공연을 현장에 가서 직접 봤다”고 했다. 150여개 영상을 본 뒤 현지에 가서 직접 확인하는 등 발품을 판 끝에, 1년 일정이 꽉 차 있는 ‘테이프 페이스’의 샘 윌즈의 섭외에도 성공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연령대별 콘텐츠에도 신경을 썼다. 어린이 코미디의 대표 주자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리스티스’ 팀의 ‘6디’ 공연에서 객석의 아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이 팀은 관객을 배우삼아 영상 촬영을 한 뒤 이를 누리집에서 내려받게 하는 등 참여형 공연 기법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욕설을 패러디한 ‘변기수의 뉴(new)욕 쇼(show)’와 같은 ‘19금’ 공연도 무대에 올려졌다. 김준호 집행위원장은 <개그콘서트>에서 했던 ‘발레리노’를 아무 것도 입지 않고 하는 성인코미디 형태로 무대에 올리려 했다. 내년에는 세대별, 연령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공연을 선보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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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옹알스 팀의 공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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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코미디의 과제 이번 축제는 안방에서 열렸음에도 한국 코미디는 여전히 ‘텔레비전 코미디’에 갇혀 있었다. ‘개그드림콘서트’ 공연은 <개그콘서트>에 나온 꼭지들을 모은 것이고, ‘변기수의 뉴욕 쇼’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올해 디렉터 초이스상을 받은 ‘옹알스’를 빼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를 보여줄 만한 게 없었다. 예산과 일정 등의 문제로 더 많은 희극인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만5000명 정도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즐겼다. 지난 1년 동안 김준호는 부산을 내집처럼 들락거렸고, 온갖 시행착오 끝에 2회를 치렀다. 그가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건 이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나라 코미디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 개그맨들은 천재에요. 전 세계 어디에도 1주일에 하나씩 아이디어를 내는 곳이 없어요. 그들의 전투력이 방송 프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이런 개그맨들의 환경에 또 다른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부산/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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