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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를 웹으로 미리 공개하는 실험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간서치열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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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스페셜 금요일로 시간 변경
고정 방송시간 안주고 ‘셋방살이’
피디들 “사실상 폐지 수순” 반발
제2의 정도전·굿닥터 작가 잃게돼
KBS “2040 드라마 만들자는 취지”
지난 2월 <한국방송>(KBS) <왕가네 식구들>의 종방연에서, 길환영 당시 사장은 이 드라마를 두고 “막장 없는 좋은 드라마”라고 했다. “이런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수신료 인상에 힘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왕가네 식구들>은 바람난 남편을 돌아오게 하려고 아내가 납치 자작극을 벌이고, 아내가 만취해 인사불성인 사이 남편이 관계를 가져 임신을 시키기도 했다. ‘며느리 오디션’이라는 황당한 설정은 애교 수준이었다. 그러나 평균시청률 33%(닐슨 코리아 집계)를 기록했고, <한국방송>은 문영남 작가에게 지난해 연말 작가상을 줬다.
공영방송사인 <한국방송>이 말하는 수신료 가치의 표본은 <왕가네 식구들>인 것일까? <한국방송>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막극이 또다시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방송>은 일요일 밤 12시10분에 방영하는 <드라마 스페셜>을 내년 1월부터 금요일 밤 10시대에 내보내기로 했다. 사쪽은 “더 좋은 시간대로 옮기고,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만들어보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드라마 스페셜>이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1회성 단막극뿐 아니라 4부작, 8부작 등 다양한 형식의 드라마를 골고루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문보현 드라마국 국장은 “금요일 밤 10시대에 2040이 소구할 수 있는 젊은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방송> 피디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드라마 피디는 “다른 연작드라마들을 내보내는 사이 단막극을 15개 정도 방영하겠다는 것으로, 단막극 시간대를 연작드라마에 내주는 셈”이라고 전했다. 연작 드라마가 중심이 되면서 단막극은 사실상 폐지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방송> 피디협회는 21일 성명을 내어 “단막극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의 안정적 유지는 독립적인 예산과 편성시간이다. 단막극을 특정 시간대의 엔(N)분의 1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면 분명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단막극은 2012년 52편에서 지난해 40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26편만 제작됐다.
1984년 <드라마 게임>으로 시작한 <드라마 스페셜>은 작품성과 실험성으로 꾸준히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2008년 이후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왔다. 그때마다 사쪽이 내세운 명분은 한가지, 적자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드라마 스페셜>은 총 25억원을 투자해 26편을 만들었는데, 총매출은 18억원 정도여서 7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제작비는 미니시리즈의 3분의1 정도인 회당 약 1억원이다. 이 가운데 8000만원을 케이비에스가 부담한다. 나머지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지원받는다. 그러나 요즘은 미니시리즈도 한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한다. “미니시리즈 시청률 1위 드라마도 방영 때마다 1억원씩 적자를 본 적도 있다”고 한 지상파 드라마 피디는 하소연하기도 했다. 올해 드라마스페셜은 1~5%의 시청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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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제를 모은 드라마 <비밀>의 유보라 작가가 극본을 쓴 단막극 <연우의 여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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