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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8 16:55 수정 : 2005.09.29 14:06

이야기TV

요즘 방영되는 텔레비전 드라마 가운데 작가가 과연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더러 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남성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지난 주말 첫 방송을 시작한 에스비에스 <프라하의 연인>에서는, 극중 강력반 형사로 나오는 김주혁이 외교관인 전도연을 프라하의 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반말을 한다. 전도연은 처음부터 반말 일색인 김주혁에게 “왜 반말을 하느냐”고 따지지만, 그 뒤에도 김주혁의 반말투는 고쳐지지 않는다. 또 김주혁은 옛 연인 윤세아에게도 반말을 하고, 윤세아 역시 전도연과 마찬가지로 김주혁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

터프한 강력반 형사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김주혁의 말투를 그렇게 설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만난 여성에게 계속 반말을 하는 것은 대인관계에서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여 현실적이지 못했다. 전도연이 외교관이라는 사실을 김주혁이 알고 난 뒤에도 두 사람의 대화체가 바뀌지 않는 것 또한 비현실적이었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주말 드라마 <슬픔이여 안녕>도 <프라하의 연인>에 못지 않다. 극중 한씨 집안의 셋째 아들로 나오는 이종원은 아내인 양정아와 옛 연인 오연수 두 여성에게 다 반말을 한다. 그리고 이 두 여성은 모두 이종원에게 높임말을 쓴다.

에스비에스의 수목 드라마 <루루공주>에서도 정준호는 김정은에게 반말로 대하고 김정은은 높임말을 쓰는 말투가 처음부터 계속되고 있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허구이지만,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중년 이상의 나이든 부부 사이에 남편이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반말을 하는 데 대해서는, 내 가치관과 상관없이 일정 정도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문제삼고 싶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정의 경우 오랜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나이 든 부부들은 남편이 아내에게 반말을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높임말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연인끼리, 부부끼리 서로 높임말을 쓰거나 반말을 쓰는 경우는 많지만, 남성이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에 대해 어떤 작가는 “드라마 주시청층이 중년 이상의 여성이다 보니 그들에게 익숙해 있는 부부 관계의 말투를 작가들이 대사로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보통 미팅이나 맞선 자리에서 처음 본 이성에게 서로 높임말을 쓰는 이유는 서로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존중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드라마에서 남자는 반말을 하고 여자는 높임말을 쓰는 것은 곧 여성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 교제하는 사이나 부부 사이의 남녀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동격으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드라마에서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마초적인 남자가 매력남인 것처럼, 또 연인이나 아내에게 반말을 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표현돼 자칫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남녀관계 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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