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BC ‘신돈’ 작가 정하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서 ‘돈 잘 버시겠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작가라는 직업에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문화방송 주말 드라마 <신돈>의 정하연 작가는 작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6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하연 작가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들이 작가에게 쩔쩔 맨다면서요?”라는 물음 대신 “좋은 일을 하십니다”라는 격려의 말을 듣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작가는 <아내> <명성황후> <왕과 비> 등의 작가로 이들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지난 주말 1, 2회 방영을 한 문화방송의 <신돈>이 시청률 10%선에 머문 데 대해 “14~15%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에 못미쳐서 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사극은 1, 2회에 승부를 보려 해선 안 되고 긴 호흡으로 가면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작가는 “첫 방송이 나간 뒤 밤에 자다가 다음날 시청률이 6%로 떨어지는 꿈을 꾸는 바람에 놀라서 잠이 깼다”고 말해, 내심 시청률에 신경이 곤두서 있음을 보여줬다. 그도 그럴 것이 <신돈>은 문화방송이 170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여 대형 오픈세트 건설과 중국 현지 촬영을 추진하는 등 30일 종영하는 <굳세어라 금순아>에 이어 대박 드라마로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이다. 정 작가는 “작업을 할 때 어떤 대목에서 어떻게 하면 시청률이 높아지는 줄 알지만 내 나이가 있는데 그렇게 하기가 민망해서 하지 않는다”며, “잔재주를 부리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신돈>의 시청률이 부진했던 데 대해 “한국방송 <불멸의 이순신> 시청자 가운데 후속 드라마인 <칭기즈칸>을 그대로 이어서 보는 사람들이 많고, 에스비에스의 <프라하의 연인>도 젊은층 시청자들을 끌기에 충분했다”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프라하의 연인>의 경우 아름다운 프라하의 풍경이나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쟁작인 <프라하의 연인>이 아름다운 프라하에서 서울로 드라마 배경이 바뀌는 시점이 되면 시청률이 계속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사랑 싸움을 하는 설정도 여성 시청자들이 그리 달가워하는 구도는 아니라고 말했다.그는 <신돈>에 대해 “옛날부터 왕과 사비 출신의 천한 중이 어떻게 만나 친구가 되고 함께 개혁을 해나가게 됐는지가 큰 관심거리였다”며, “이번 드라마에서 신돈과 공민왕 두 사나이가 우정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뼈대로 두 사람의 개혁작업과 사상을 그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돈’이 그동안 ‘요승’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커서 드라마 소재로는 좋지 않고 시청자들이 신돈이란 인물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공민왕과 신돈이 만나서 우정을 다져가면서부터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작가는 일부 시청자들이 극중 신돈을 맡은 손창민의 사극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손창민을 변호했다. 손창민이 사극투로 대사를 하려 했으나 자신이 말렸다는 것. 그는 “<신돈>이 사극인 만큼 사극의 대사를 해야 하지만, 정통사극에서는 좀 벗어나 경쾌한 사극을 만들려다 보니 나와 연출자, 연기자 모두 어떻게 대사를 해야 할지 아직은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며, “몇 회 진행되다 보면 손창민 나름의 사극 연기 패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대형 사극의 주인공으로 신인인 서지혜를 노국공주 역에 캐스팅한 데 대해 “서지혜의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얼굴 모양이 몽골 여인의 인상을 주었다”며, “처음 만나 보니 성공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아주 강한 연기자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2회 때는 시간이 촉박해 연기가 좀 서툴었지만 첫 회 촬영 때는 연습을 많이 해 연기도 아주 잘했다”며, “지금과 같은 정성과 노력을 계속 보여준다면 이 드라마가 끝나고 괜찮은 배우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도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작품을 이번에 하고 있고, 문화방송도 많은 제작비를 들인 만큼 <신돈> 드라마를 잘 끝내, 다음에 마지막으로 좋은 작품을 한 편 더 쓴 뒤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600년 전 신돈과 공민왕은 세계 최강의 원나라에 짓밟히면서도 개혁으로 맞섰습니다. 이것은 꼭 실패한 역사, 개혁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나이가 60이 넘은 사람들 가운데 젊은 시절 한때 꿈꿨던 것을 모두 이루는 사람이 어디 많으냐”며, “조금이라도 이루었다면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을 맺었다. <한겨레> 여론매체부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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