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9 18:31
수정 : 2005.09.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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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 속 흥타령에 지역문화 원형이” 윤행석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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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 속 흥타령에 지역문화 원형이”
<광주문화방송>은 창사 40돌을 맞아 29일 오후 3시 공개홀에서 독보적인 국악 프로그램인 <신얼씨구학당>의 걸쭉한 대형 소리판을 펼쳤다.
4년째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윤행석(36) 피디에게는 이날 행사가 서양음악이 판치는 세태 속에서도 우리 음악에 애정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자리다.
이 무대엔 우리 시대 명창들이 대거 출연한다. 송순섭·오정숙·박송희·신영희·안숙선씨가 <춘향가>와 <적벽가>의 주요 대목을 들려준다. 또 1인 창무극의 일인자 공옥진씨가 오랜만에 ‘1인 창무극 심청가’를 선보인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과 광주시립국극단의 모둠북 협주곡과 남도민요 한바탕도 흥을 돋운다. 이날 공연은 10월 9일(일요일) 아침 7시10분 방영된다.
성균관대 영문과 출신인 윤 피디는 국악에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입사 직후 이 프로그램에 조연출로 인연을 맺으며 점차 전통 가락의 참맛을 알게 됐다. 그는 2001년 여름 <얼씨구학당> 때부터 연출을 맡아 점차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창 명인들을 방청객들의 하루 소리선생으로 모셨다. 그는 명창 한 분이 <심청가> 중 심봉사 자탄하는 대목에서 “자신의 아픔과 한을 섞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피디는 2003년 11월 <신얼씨구학당>으로 문패를 갈아달면서, 평범한 동네 아저씨와 할머니들의 소리를 담아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의 대표적인 놀이패 신명의 지정남씨와 무명(?)의 입담꾼 유재관씨를 ‘우리 동네 소리꾼을 찾아라’ 편의 진행자로 발탁해 성공을 거뒀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아, 이런 촌구석에 뭘 찍을 게 있다고 왔다냐” 하며 쭈뼛쭈뼛하다가도 두 진행자의 재담에 녹아(?) 흥을 풀어놓는다. 윤 피디는 장독 깊이 숨겨져 있던 촌로의 흥타령이나 시집살이 노래를 끄집어내는 노력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 밴 문화를 만나는 일이 즐겁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1998년 한국방송협회가 주는 지역문화부문 방송대상작으로 뽑혔다. 또 지난해 제1회 ‘방송문화진흥회 공익프로그램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광주·전남의 대표적 국악 프로그램으로 뿌리내렸다. 윤 피디는 “그래도 전통음악에 대해 정서적 친밀감이 높은 지역이어서 국악 프로그램에 공감대가 높은 것 같다”며 “앞으로 굿이나 민요, 소리, 강강술래 같은 놀이문화 등 지역문화 원형을 방송으로 보내고 이를 자료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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