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명하는 ‘개그맨 기획사’
선배~님,우리는 왜 자꾸 문 닫는 겁니까
개그맨 50여명이 포진하며 한국 개그계의 강자로 군림했던 기획사 코코엔터테인먼트(이하 코코)가 사실상 폐업했다. 2011년 5월 설립한 코코는 개그맨 김준호가 공동대표로 참여한 회사다. 코코의 경영상 어려움은 지난해 11월 김아무개 공동대표가 회삿돈을 들고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사기, 횡령, 배임 금액이 총 36억원에 이른다”는 게 김준호 쪽 주장이다. 김준호는 “설립자 김씨가 회사의 대표이사로 경영을 맡아 코코를 끌어왔고 저는 콘텐츠 대표로 연기자 영입과 육성 및 관리 책임을 맡았다”고 했다. 코코 쪽은 지난해 김 대표를 형사 고소했으며 김 대표는 현재 인터폴 수배 상태다.
사태의 정확한 경위를 따지는 것과 별개로, 코코의 폐업을 두고 개그맨 전문 기획사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준호 전에도 박승대, 컬투, 박준형이 개그맨들로만 구성된 기획사를 설립해 ‘개그맨들의 왕국’을 세우려 했다. 모두 한국의 요시모토흥업을 꿈꾸었다. 요시모토는 103년 된 일본의 개그맨 전문 기획사다. 소속 개그맨만 6000여명이다. 아카시야 산마, 다운타운 등 일본의 유명 개그맨들이 모두 소속됐다. 그러나 한국의 개그맨 기획사들은 초반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무너지는 상황을 반복했다. 박승대, 박준형, 컬투, 김준호가 세운 기획사도 요시모토처럼 당시 잘나가는 개그맨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요시모토처럼 모든 방송사를 상대로 하는 독점 체제는 아니었지만, 한국 개그판에선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한 방송사 피디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의 80%가 특정 회사 소속 개그맨인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요시모토가 될 수 없었을까. 개그계 관계자들은 “앞의 굵직한 네번의 흥망성쇠 속에 한국 개그계의 현실이 엿보인다”고 했다. 신인 충원과 활동 무대 및 프로그램 제작까지 여러 측면에서 두 나라 개그계의 현실이 크게 다른 점을 지적한다. 해답을 찾기 위해선, 개그계가 방송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개그판의 특수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출중한 신인을 발굴하는 문제부터 벽에 걸린다. 일본은 기획사가 신인을 발굴해 키우지만, 한국은 방송사 공채 시스템 아래 이뤄진다. 배우는 10년 전부터 기획사 중심으로 넘어갔는데, 개그맨은 방송사가 뽑아 교육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공채에 합격하면 1~2년 전속이 된다. 전속이 끝나도 다른 방송사 개그프로에 나가는 게 쉽지 않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개콘>은 한국방송 공채 출신들만 출연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콘>에 나가려면 공채시험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2007년 에스비에스 공채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출연한 김승혜도 2014년 다시 한국방송 공채 시험을 본 뒤 <개콘>에 출연중이다. 한 방송사 피디는 “공채 위주다 보니 기획사나 극단에서 신인을 모집해 키워도 결국은 목표가 방송사 공채 시험이 될 수밖에 없다. 코코도 신인발굴팀이 있었고 몇명은 <웃찾사>에 나갔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방송 공채였을 것”이라고 했다. “방송사에만 목매지 않고 신인들을 발굴해 키우려면 극장이 있어야 하는데, 돈도 많이 드는데다 수익 측면에서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요시모토 흥업’ 꿈꿨던코코엔터테인먼트 3년여만에 폐업
초반 잘나가다 결국 내리막길 걸은
컬투·박승대·박준형 기획사와 비슷 방송사 간 공채 교류 벽 높은데다
출연료 낮고 프로그램 제작 어려워
외부 투자에 눈 돌리다 주저앉아
|
|
|
대표적인 개그맨 전문 기획사였던 코코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사실상 폐업하자, 개그계 안팎에선 또다시 ‘개그맨 기획사’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준호에 앞서 박준형, 박승대, 컬투도 개그맨들로만 구성된 기획사를 설립했지만 모두 문을 닫은 바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