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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 힐미>에서 정신과 의사 오리진 역으로 열연한 황정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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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킬미 힐미’ 끝낸 황정음
황정음(30)은 “<킬미 힐미>는 ‘지성을 위한 드라마’였다”고 했다. 12일 종영한 다중인격장애와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킬미 힐미>(문화방송)에서 지성은 7가지의 인격을 연기했다. 발랄한 여고생 안요나부터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페리박까지, 다양한 인물을 능숙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황정음도 “지성 오빠의 연기를 구경하느라 내 대사를 잊어버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오빠는 정말 최고였어요.” 13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황정음은 지성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느라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7가지 인격을 상대해야 했던 정신과 의사 오리진(황정음)도 쉬운 역은 아니었다. 각 인격의 성격에 맞춰 코믹과 로맨틱코미디, 멜로, 때론 스릴러를 순식간에 오갔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년)부터 정통멜로 <비밀>(2013년)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온 황정음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다는 평가가 많다. 과장된 몸짓으로 코믹함을 드러내다가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목소리가 떨리는 섬세한 연기가 돋보였다. ‘7가지 인격’ 지성 상대역 맡아코믹에서 멜로·스릴러 오가며
다양한 장르 섭렵한 내공 뽐내 “지성 오빠 연기는 최고”라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아직 부족”
솔직한 성격에 악바리 근성도
“신인 때 고생…버틸 힘 얻어” 그런데도 정작 자신에 대한 점수는 짰다. “여러 인격과 연기하는 건 힘들었어요. 내 호흡에 따라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다 받아주고 따라가야 해 에너지 소모가 컸어요. <하이킥>부터 <비밀>까지 지금껏 해온 인물들이 합쳐져서 또 다른 황정음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그것도 잘 안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비밀>을 하면서 내가 연기를 좀 하나 싶었는데, <킬미 힐미>로 부족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했다. 끊임없는 채찍질은 황정음을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하게 한 힘이다.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데뷔한 그는 2005년 <루루공주> 등 이런저런 드라마에서 작은 배역부터 시작했다.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인기를 얻은 뒤에는 코믹한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 시대극 <자이언트>(2010년),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2011년) 등 작품마다 도전을 거듭했다. 주위에 묻고 또 묻는 악바리 근성을 밑거름 삼아, <킬미 힐미>로 코믹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인물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확인 도장을 찍었다. <킬미 힐미> 제작진은 “촬영 현장에서 김진만 피디, 지성과 지문 하나까지 토론하는 열정으로 오리진을 완성했다”고 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닦아온 ‘영리한 배우’이기도 하다. “드라마마다 이 작품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이 작품을 왜 해야 하는지 등을 다이어리에 적는다”고 했다. ‘지성의 드라마’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도 <킬미 힐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이 작품이 중국 쪽에서 투자한 것이라 중국 활동을 하는 데 뭔가 얻을 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제 꿈이 중국 공주거든요.(웃음) 이 드라마로 중국 진출의 길을 열고 싶었는데, 길은 열린 것 같아요. 저 은근히 계산적이에요.(웃음)” 어린 시절 학대 경험으로 다중인격이 된 극중 도현(지성)을 보면서 배우로서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봤다고 한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슈가 시절과 <골든타임>(2012년)에 출연했을 때였어요. 일도 잘 안 풀리고 연기도 안되고,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런 고생들을 통해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아요.”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자신도 발견했단다. “감정을 잡지 않았는데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내 몸이 기억하나, 이게 뭐지 혼란스러웠어요.” 작품마다 하나씩 배워간다는 그에게 <킬미 힐미>는 또 다른 지점이 될 듯하다. 황정음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솔직하다. “7가지 인격을 연기하는 지성 오빠한테 조금 샘이 났다”고도 하고, 공개 연애 중인 남자친구와 “34살쯤에 결혼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 드라마 피디는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제대로 볼 줄 아는 황정음의 솔직한 성격이 배우로서 성장하게 하는 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황정음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싶다. 5년 뒤에는 다중인격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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