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은 10년 동안 ‘7080 동창회날’
시작은 미약했다. <열린음악회>(한국방송1)의 설 특집으로 편성된 단발성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 동안 이어지리라고 당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콘서트 7080>(한국방송1 토 밤 12시)이다. 1970~1980년대 가요를 들려주는 음악 프로그램 <콘서트 7080>은 2004년 11월6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4%(닐슨코리아 집계)였다. 화려하거나 들썩하지는 않았지만, 1970~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의 추억의 페이지를 들추며, 조근조근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추억을 실은 노래의 힘은 강했다. 설 특집 단발 프로그램이 정규 프로그램이 됐고, 이후 10년 동안 이어졌다. 지난 21일에는 500회를 넘어섰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했고 지금까지 연출을 맡고 있는 유찬욱 피디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들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인 20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콘서트 7080> 10년을 키워드별로 짚어봤다. ‘열린음악회’ 설특집편이 500회 장수50·60년대생 ‘스무살’ 노래하는 시간
“소녀 시절로 돌아가게 해 줘 고마워” 어니언스∼장기하 연령대·장르 다양
2600여명 출연…이장희 섭외 8년 ‘공’
담당 피디 “2000년대 음악으로 확대” ■ 10년간 출연 가수는? 10년 동안 2600여명(중복 출연 따로 집계)이 출연했다. 첫 회의 어니언스, 샌드 페블즈부터 500회에 나온 장기하까지 장르도 연령대도 다양했다. 특히 티브이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들이 깜짝 선물처럼 등장했다. 1978년 <문화방송>(MBC)의 <대학가요제>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로 대상을 받은 썰물은 멤버들끼리도 연락이 안 되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났다.(2005년 3월12일) 어니언스(2004년 11월16일), 논두렁 밭두렁(2005년 3월26일) 등 국내 가수뿐만 아니라, 그리스 가수 나나 무스쿠리(2005년 10월15일)처럼 당시 사랑받았던 해외 가수들도 무대에 올랐다. 유 피디는 “녹화날이 되면 대기실에서 동창회 같은 분위기가 된다”고 했다. 300회 특집에서는 윤항기·윤복희 남매가 40여년 만에 동반 출연하기도 했다. ■ 가장 섭외하기 힘들었던 가수는? 30~40년 전 활동했던 이들을 무대에 세우려는 제작진의 노고도 눈물겹다. <대학가요제> 출신들이 많았던 과거에는 해당 대학에 찾아가 주소를 수소문했고, 경찰서나 동사무소 등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유 피디는 “어렵게 찾으면 절반 이상이 마이크를 놓았더라”고 전했다. 선생님이나 의사, 미술가 등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 그들을 다시 무대에 세우는 작업은 만만찮았다. “교수한테는 드럼 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수강 신청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등 ‘맞춤 설득’이 요긴했단다. 가장 오래 설득한 이는 2013년 2월10일 출연한 이장희다. 유 피디는 “8년간 찾아가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콘서트 7080>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제는 알아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제작진이 수소문해도 연락이 안 닿던 ‘바야야’를 부른 이정희는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 와 2005년 5월12일 30여년 만에 티브이에 출연했다. ‘하늘색 꿈’을 부른 로커스트의 한 멤버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 가장 즐겨 보는 연령대는?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코리아 집계를 보면 <콘서트 7080>을 가장 많이 보는 시청층은 남녀 50대 이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유 피디는 “20대는 누구한테나 인생의 황금기다. <콘서트 7080>의 인기는 자신이 가장 좋았던 때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 피디는 “시청자들이 20대를 함께 보냈던 가수들을 보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소녀 시절로 돌아가게 해줘 고맙다”는 반응이 많다. 의외로 알리, 효린 등 20대 가수들이 깜짝 게스트로 나왔을 때도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한다. 유 피디는 “중장년층이 젊은 세대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20대를 떠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1970~1980년대의 문화적 깊이다. 요즘 오락거리가 많아지고, 스마트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깊이나 풍부함 면에서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진행자인 배철수는 “<콘서트 7080>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시의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때의 음악이 좋지 않았다면 프로그램에서 한 시간 동안 노래하고 연주하는 걸 들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세대 음악은 록밴드부터 블루스까지 지금보다 장르가 더 다양했다. 이것이 우리 프로그램을 10년간 유지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외에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는 점도 <콘서트 7080>의 가치를 높인다. 이런 가치 때문에, 한때 <가요무대>와 통폐합될 뻔했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콘서트 7080>은 500회를 기점으로 변화를 모색한다. 80년대를 넘어 90년대, 2000년대 음악까지 들려줄 방침이다. 유 피디는 “8090 음악까지 포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추억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며 저변을 넓혀 가고 싶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귀는 모차르트인데, 내 노래는 동네 아저씨” ‘7080’서 진행만 하는 가수 배철수
“프로그램 그만두는 날 노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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