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디 액션’ 한 장면
|
[한겨레21] 진짜 하드코어 액션이 시작됐다
여배우 액션 도전기 담은 파일럿 프로그램 ‘레이디 액션’,
여성의 삶 그 자체가 하드코어인 시대에 웃기지만은 않은 예능
아직 5월이지만 개인적으로 꼽는 올해의 액션신 1위는 이미 2월에 나왔다. KBS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등장한 강순옥 여사(김혜자)의 버선발 하이킥 장면이다. 사실 역대 가장 대담한 여성 액션신 중 하나라 봐도 좋다. 노년 여성, 우아한 한복, 김혜자의 조합이 빚어내는 정적인 분위기를 단숨에 깬 신선함도 한몫했고, 가족을 버린 남편에 대한 분노와 수십 년 싱글맘의 한을 응축한 액션이라는 점도 통쾌했다. 한국 여성들의 한이 담긴 분노의 다듬이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면이랄까. 생각해보면 김혜자의 영화 <마더>가 침 대신 칼을 휘둘렀더라면 그야말로 역대급 여성 원톱 액션물이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5월8일과 9일 방영된 KBS 파일럿 예능 <레이디 액션>을 볼 때의 느낌도 비슷했다. “6인의 여배우들이 액션에 도전, 여자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낸” 이 프로그램은 여성의 삶 자체가 이미 하드코어 액션이라는 생각을 확인시켜준다.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에서도 그러한 자의식이 잘 드러난다. 김현주는 출연 동기에 대해 “액션뿐만 아니라 여자배우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은” 현실을 토로하고, 손태영은 “‘여배우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한평생 못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라는 말을 듣고 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인터뷰보다 더 명백한 증거는 리얼한 생활기에서 나타난다. 액션 촬영을 마친 뒤에도 여배우들의 삶은 여전히 시험의 연속이다. 가령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어본 김현주가 “먹고 싶다!” 소리쳤다가 그냥 문을 닫는 장면이나, “비도 오는데 삼겹살이나 구워 먹고 소주나 마시고 싶다”더니 막상 회식 때는 고추만 씹어 먹는 모습에서 느껴지던 고충.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하루 사과 한쪽, 양배추 반쪽”만을 먹는 혹독한 다이어트가 일상이던 여배우 천송이(전지현)가 저도 모르게 “눈 오는 날엔… 치맥”을 외치던 장면이 결코 픽션이 아니었던 게다.
|
‘레이디 액션’ 한 장면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