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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연예인들과 그 딸들.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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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프로 ‘연예인 세습 도구’ 논란
유명 연예인과 딸 내세운 ‘아빠를…’
소통 취지 무색…데뷔 판 깔아주기
제작진 “연예계 무관한 딸 섭외 힘들어”
‘택시’ ‘힐링캠프’ 프로그램 등
연예인 지망생 자녀 함께 출연 늘어
‘데뷔 별따기’ 상황…일반인들 박탈감
아이돌 회사 연습생이던 한 가수 지망생이 지난 2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5월 이 회사의 아이돌 그룹인 카라의 새 멤버를 뽑는 방송 <카라 더 비기닝>(엠비시 뮤직)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지만, 최종 선발에서 탈락해 새 멤버가 되지 못했고,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갔다. 5년 넘게 연습생으로 지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데뷔가 늦어졌고, 이미 아이돌로 데뷔하기에는 많은 나이인 24살이 됐다. 소속사 관계자는 “실력이 있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예계 데뷔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하지만, 연예계 진입이 ‘하늘의 별따기’가 아닌 이들이 있다. 바로 유명 연예인의 자녀들이다. 특히 연예인 부모와 그의 자녀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방송사가 ‘연예인 직업 세습’의 판을 깔아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에스비에스>(SBS)의 <아빠를 부탁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50대 아빠와 20대 딸의 소통을 도와주겠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시작했지만, ‘연예인 2세 띄워주기 프로젝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 초기에는 딸과 있을 때 뭘 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던 아빠의 모습에 주목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샀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저 그런 연예인 가족 예능으로 전락한 느낌을 준다. 별다른 갈등 상황 없이, 가까워진 부녀가 여행 등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최근에는 엄마, 오빠, 할아버지 등 다른 가족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재발견 등의 의미가 있었는데 점차 가족들이 서로 만나 미션을 수행하는 등 결국 여러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와 20대 딸의 소통을 보여주겠다면서 굳이 연극영화과에 다니거나 배우 지망생인 딸을 섭외하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시청률도 지난 2일 방송이 3.8%(닐슨코리아 집계)로, 동시간대 <슈퍼맨이 돌아왔다>(15.3%)와 <복면가왕>(13.7%)에 훨씬 못 미친다.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네명의 딸들 중 이경규의 딸과 강석우의 딸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고, 조재현의 딸 조혜정은 2014년 <오시엔>의 드라마 <신의 퀴즈>에 단역으로 나왔던 배우다. 조혜정은 최근 다음달 방송하는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에 주인공중 한명으로 캐스팅됐다. <처음이라서>의 김지연 피디는 “<신의 퀴즈> 때 조혜정이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아빠를 부탁해>에 나온 모습을 보고 극중 오가린과 비슷해 우리 쪽에서 먼저 출연 제안을 했다. 세번에 걸쳐 오디션을 봤는데 발성도 좋고 기본기도 탄탄했다”고 말했다. <택시>(티브이엔)에 나온 황신혜 모녀와 <힐링캠프>(에스비에스)에 나온 이덕화 부녀 등에서 보듯 요즘은 굳이 자녀가 나오지 않아도 되는 프로그램까지 함께 출연하기도 한다.
<아빠를 부탁해>는 기존 출연진 하차 등을 대비해 현재 새로운 연예인 가족을 섭외하는 중이다. <에스비에스> 쪽은 “<아빠를 부탁해> 시즌2를 만들 계획은 없다. 다만 인력풀 확보를 위해 출연자는 지속적으로 섭외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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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택시’에 나온 황신혜씨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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