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24 19:30 수정 : 2005.11.08 10:39

연도별 방송콘텐츠 수출입액

고빗길에선 한류 ① 이대론 안에서 무너진다


한류 바람이 다시 거세다. 일본에서 ‘욘사마’ 신드롬까지 몰고온 <겨울연가>에 이어 이번엔 <대장금>이 동아시아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세는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와 미국으로도 뻗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재 장밋빛 질주를 하는 한류도 하나의 흐름일 뿐 언제든 멈출 수 있다. 안으로는 한류 위기의 증후들이, 밖에서는 견제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한류 드라마를 둘러싼 안팎의 문제점과 지속 가능한 대안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위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 바람을 일으킨 드라마 <올인>(에스비에스·2003년), <겨울연가>(한국방송·2002년), <풀하우스>(한국방송·2004년), <대장금>(문화방송·2003년), <가을동화>(한국방송·2000년). 방송3사 제공

긴안목 없이 눈앞이익에 집착
일·대만서 적정가의 3~4배
대형 제작사들 아류작 양산
연예인들 너도나도 ‘귀빈’ 요구

한류 바람에 힘입어 올해 방송 콘텐츠 수출액이 1억달러(약 105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에 견줘 20배에 이르는 액수다.(그래프 참조)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이대로 가면 안에서 무너진다”는 비관론이 계속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조급증과 한탕주의다. 장기 전략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일부 천민 자본주의 행태가 한류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콘텐츠 수출의 90%를 넘는 드라마의 지나친 가격 올려치기와 스타 권력화 양상, 천편일률적 드라마 내용 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라면, 드라마 외주 제작 등 아직 전근대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스템과 이에 대한 안이한 태도 등이 문제의 뿌리다.

드라마 가격 올려치기=회당 2000달러선에 머물던 드라마 수출 가격이 몇 해 사이에 10배 이상 올랐다. 일본·대만에 최고가로 나가는 드라마는 티비아이(TBI) 2004 연감에 제시된 적정가에 견줘 3~4배를 웃돈다.(표 참조) 정상 시장가격과 유리된 지나친 가격 올려치기가 한류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진다는 걱정이 많다.

<대장금> 수출을 담당한 박재복 엠비시 프로덕션 국제사업부장은 “시장 넓히기가 우선인데 무조건 가격부터 올리고 보려는 한국 쪽 마케팅 움직임이 문제”라며 “이 때문에 대만 등에서 한국 드라마를 배척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연가>를 수출한 권오대 <한국방송> 글로벌센터 국제방송팀 차장도 “한국 드라마가 비싸져 대안을 찾아야겠다는 말이 일본 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지상파 전국 방송의 한국 드라마 편성이 지난 2월 3편에서 이달에는 1편으로 줄었다. 한국 드라마를 편성했던 일본의 지상파 방송사(지방국 포함) 수도 2월 63곳에서, 현재 20곳으로 감소했다. 미나기 히로야스 한국 주재 <엔에이치케이>(NHK) 피디특파원은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일본 방송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며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좋은 드라마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드마라값 “잡지마” 품질은 “묻지마” 고빗길에 선 한류
엉성한 수출용 드라마=치솟는 가격과 달리 드라마의 수준은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류를 염두에 두고 기획·제작된 드라마들이 기존 드라마의 아류작으로 양산되면서 벌어지는 파행적 현상이다. 이 중심에는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국내 드라마의 50~60%를 만드는 대형 외주 제작사들이 있다.

일본에서 크게 히트한 <겨울연가>의 아류작들이 대표적이다. 성공 요인이 순애보로 분석되자, 너도 나도 순정한 사랑을 소재로 ‘한류 스타’와 국외 배우를 기용하는 등 얄팍한 상술을 썼다. 지난해 송승헌 출연을 두고 파문을 불렀던 <슬픈연가>와 <겨울연가>에 이어 만들어졌던 <여름향기>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외 촬영, 현지 배우 출연 등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드라마로는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나 <유리화> 등이 있고, 최근엔 중국과 일본을 겨냥해 각각 장나라와 류시원을 주인공으로 세운 <웨딩>도 만들어졌다. 이 드라마들은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부르지 못했으며, 국외에서의 평가도 그리 좋지 못하다.

스타, 그들만의 잔치=스타를 앞세워 돈벌이에 급급한 연예기획사들의 행태와 이에 따른 스타 권력화 양상도 한류의 위기를 앞당긴다. “한국 연예인들은 대만에 올 때마다 거액을 요구하고, 10여명씩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늘 비행기 1등석에 앉아야 한다. 일본의 기무라 다쿠야가 배용준보다 겸손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만 쪽 분위기를 이렇게 전하면서 스타 권력화로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반감이 한류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또 이 관계자는 “특히 대만 시장은 중화권 진출을 앞둔 ‘시험 시장’(테스트 마켓)으로 매우 중요한데, 한국 연예인들이 대만 언론을 너무 홀대해 큰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마쉐 중국 인라이트미디어 한국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류 덕택에 연기력이나 가치가 떨어지는 사람까지 한류 스타 대접을 받으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드라마만으론 아시아 못 넘는다
다큐·애니메이션등 적극투자
국제표준 맞춰 한계 넘어야

한류 바람은 드라마로 불기 시작했다. 1997년 중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사랑이 뭐길래>로부터 시작해, <겨울연가> <대장금> 등에서 한창 꽃피우고 있다.

통계수치들도 드라마가 한류의 핵심임을 증명한다. 문화관광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출된 방송 콘텐츠 가운데 드라마가 91.8%를 차지했다. 2002년 76.8%, 2003년 85.7%에 이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아시아에 국한된 문제다. 한류가 아시아를 누비며 시장을 확대하는 데 드라마가 큰 구실을 했지만, 아시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와 애니매이션 등으로 장르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적 할인율(컬처 디스카운트·문화상품 수용자가 속한 문화권에서 떨어져 있을수록 재미와 이해가 반감되는 비율)을 고려할 때, 미국과 유럽 등 비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기에는 드라마의 한계가 자명하다는 것이다.

박재복 엠비시 프로덕션 부장은 “드라마가 한류를 받쳐줘야 하지만 드라마 편중은 문제”라며 “비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다큐와 애니매이션으로 시장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와 애니매이션의 수출 비율은 드라마와 반비례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2002년 1.8%에서 2004년 0.8%로, 애니매이션은 8.9%에서 4.6%로 하락했다.

특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는 세계 시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 표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외 방송에서 고정 편성되기 위해선 10~20부작으로 제작돼야 하나 한국 다큐는 길어야 3~6부에 불과하다. 또한 내용도 국내 시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국외 판매에 적합하지 않으며, 영국 <비비시>(BBC)나 일본 <엔에이치케이>의 다큐멘터리에 견주면 수준도 한참 아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제작과 인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국제 규격에 맞춰나간다면 성공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미나기 히로야스 <엔에이치케이> 피디특파원은 “한국을 주제로 한 다큐는 뭘 찍어도 드라마틱하다”며 “<브이제이특공대> 등을 소개하면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