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31 17:36
수정 : 2005.10.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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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학교안 성폭력 현실 고발-피디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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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수첩 1일 밤 ‘특수학교 사건’ 방영…학교쪽 교직원 가해사실 은폐
장애아동 특수학교에서 청각장애 여학생들이 몇년 동안 성폭행을 당해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폭행 가해자는 그 학교의 교직원들이었다.
1일 밤 11시5분 방송되는 문화방송 피디수첩 ‘은폐된 진실-특수학교 성폭력 사건’(연출 박건식 김재영)에서는, 한 특수학교에서 몇십 년 동안 장애 여학생 성폭행이 일어났으나 구조적으로 은폐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통해 장애 여학생에 대한 학교 내 성폭력 현실을 고발한다.
정신지체 장애인 부모 아래서 자란 청각 장애아 김아무개양은 방과 후 과자를 준다고 행정실로 부른 교직원 ㄱ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양은 비슷한 방법으로 기숙사에서 다른 교직원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계기로 경찰과 시민단체의 진상조사가 진행돼 지금까지 은폐되어 온 이 학교의 성폭력 사례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해 여학생은 12명이며,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8명의 교직원이다. 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ㄱ씨는 평소에도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툭툭 치는 식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일삼았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변태’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다. 청각 장애아 장아무개양은 ㄱ씨에게 성폭행당할 뻔한 위기에서 빠져나온 생생한 증언을 했다. 전직교사는 ㅊ씨는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에게 체벌 대신 키스나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또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린 학생에게 이 학교 교장이 “한 번만 용서해주자”며 그냥 넘어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학교와 재단은 이사장 아버지 아래 교장이 첫째아들, 행정실장이 둘째아들인 족벌구조로, 성폭력 사실을 은폐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학교쪽은 교사, 학생, 동문대표가 모인 인민재판식의 간담회를 열어 외부에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김양에게 진술을 번복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김양이 고소한 지 넉달이 지났지만 경찰 수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작진은 피해자인 장애아동과 가해자인 학교 관계자의 위계적 신분으로 인해 언제든지 사건이 은폐될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성폭행 사례들이 접수되는 상황에서도 교육청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며, 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실과 가해자 편에 선 불합리한 제도를 고발한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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