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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7 17:48 수정 : 2005.11.07 21:27

주말 프로그램 “정치인 홍보용인가”

MBC ‘일밤’ 박근혜 대표 이어 김근태 장관 출연 KBS ‘파워 인터뷰’ 는 천정배 장관 ‘덕담 인터뷰’

한국방송의 <파워 인터뷰>와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행복한 나눔 고맙습니다’ 꼭지가, 애초 기획의도와는 달리 정치인들의 홍보성 프로그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밤 방영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행복한 나눔 고맙습니다’ 꼭지에는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출연했다. 이 꼭지는 명사나 스타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애장품을 기증받은 뒤 인터넷 경매로 팔아 그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데 쓴다는 취지로 가을 프로그램 개편 때 신설됐다. 나눔 문화 확산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스타나 명사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의 심리를 겨냥해 시청률을 높여보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 장관 집안 곳곳의 가재도구나 액자 속의 사진, 편지 등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사연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 민중화가 임옥상씨에게서 받은 숟가락 신년카드를 기증품으로 내놓은 김 장관은, 부인 인재근씨와 함께 국민체조, 에어로빅 시범을 보였고 반주기에 맞춰 장윤정의 <어머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도 불렀다. 진행자 김용만씨와 축구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진행자들은 김 장관의 인간적인 면모와 소박하고 진솔한 삶을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재준씨는 “프로그램이 정치인의 세련되고 인자한 모습만을 편집해 보여줌으로써 특정 정치인의 인기공세 현장이 되고 있다”며,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 연예인과 달리 정치인은 편집을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책과 행동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꼭지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출연한 지난 10월30일 첫 회 방송 때도 몇십 년 째 쓰는 금성 에어컨을 보여주며 박 대표의 검소한 생활을 치켜세우는가 하면, 진행자와 탁구를 치는 친근한 모습을 내보내 “정치인의 이미지 선전장이 되고 있다”는 시청자 지적을 받았다.

앞서 5일 밤 11시 첫 방송을 한 <파워 인터뷰>도 이런 지적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정통 인터뷰쇼를 내세운 이 프로 역시 정치인 출신의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첫 출연자로 나왔다. 천 장관은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도록 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관심을 끌었던 인물인 만큼,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문제와 검찰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기대는 빗나갔다. 현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긴 했지만 치열한 공방보다 구색 갖추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대신 ‘인간 천정배’를 조명한다며 목포의 3대 천재, 서울대 법대 수석 입학, 사법연수원 3등 졸업 등 천 장관의 화려한 이력이 줄줄이 거론됐고, ‘원칙과 소신’을 지닌 정치인이라는 점이 여러 차례 언급되면서 차기 대선후보 띄우기 모양새가 되었다.

이에 대해 ‘nuno1975’라는 시청자는 “‘파워 인터뷰’가 아니라 ‘덕담 인터뷰’”라며, “촌철살인의 인터뷰는 없었다”는 글을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올렸다. ‘scyan21’이란 시청자도 “참여정부의 차기 대권후보를 키워주는 프로그램 같았다”고 평가했다.


이 프로그램을 맡은 이영준 피디는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정치인이건 아니건 가리지 않고 출연시킬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내면과 됨됨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분석을 거친 질문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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