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15 11:19
수정 : 2017.01.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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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기>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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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기> <맨몸의 소방관> 이어
<세가지색 판타지> <킹덤> 잇따라
‘탈 TV’ 등 시청패턴 변하고
웹·해외판매 등 통로 많아져
TV만 고집않고 소재도 다양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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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기>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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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면 16부작부터 떠올리는 당신, 이제 생각의 틀을 깨자. 올해 드라마들은 아메바처럼 유연해진다. 16부작, 20부작의 기본 틀을 벗어나 4부작부터 9부작, 10부작 등 다양한 형태를 선보인다. 똑같은 패턴의 미니시리즈가 하락세를 걸으면서 드라마의 대안적인 형식으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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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의 소방관>.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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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시작한 <한국사기>(한국방송1 일 밤 9시40분)는 10부작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팩추얼 드라마다. 매회 한 시대의 상황을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꾸린다. 12일 시작한 <맨몸의 소방관>(한국방송2)은 4부작이고, 연말 방영을 목표로 대본 작업 중인 <킹덤>은 8부작이다. <킹덤>은 역병을 소재로 한 사극으로, <시그널>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이 함께 만든다. 26일 시작하는 <세가지색 판타지>(문화방송 목 밤 11시)는 3부작 3편으로 이뤄진 9부작 드라마다. 1편 ‘우주의 별이’와 2편 ‘생동성 연애’, 3편 ‘반지의 여왕’이 연이어 방송된다. 6일 끝난 시트콤 <마음의 소리>(한국방송2)도 이례적으로 한회에 4편씩 5부작으로 방송됐다. <문화방송> 쪽은 <세가지색 판타지>를 ‘미니 미니드라마’라고 칭하며 “기존의 편성 틀을 깨고 참신하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에도 편성 파괴는 있었다. <한국방송>이 지상파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8부작 사극 <한성별곡>을 선보였고, 2003년 5분짜리 미니드라마 <한뼘드라마>(문화방송)나 6개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묶은 <떨리는 가슴>(문화방송) 등의 신선한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성별곡>을 제외하면 <드라마스페셜>(한국방송2)이나 <베스트극장>(문화방송) 등 고정 단막프로그램 안에서 단막극의 연장선이었다. <한국방송> 드라마 관계자는 “미니시리즈에서 형식 파괴는 단기간에 시청자를 모으기 쉽지 않아 시청률이 낮고, 제작비를 모으는 데도 불리해 수익 면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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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색 판타지>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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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보고 소비하는 이른바 ‘스낵컬처’가 유행하고 ‘탈 티브이’ 등 시청패턴이 변하면서 10년 만에 형식 파괴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티브이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졌고, 웹, 아이피티브이 등 드라마를 내보낼 수 있는 통로가 늘면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 이들 형식 파괴 드라마들은 과거와 달리 제작 당시부터 티브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마음의 소리>는 티브이가 아닌 웹을 기반으로 삼아 10편을 먼저 내보냈고, <세가지색 판타지>도 포털 사이트에서 먼저 공개한다. <킹덤>도 티브이를 고집하지 않고 넷플렉스와도 편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짧은 회차는 티브이에서는 여전히 수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티브이 외에 웹 동시 전송, 해외 판매 등 통로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적극적인 시도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2016년 한해 지상파 드라마는 30편이 안 됐지만, 웹 드라마(네이버 기준)는 80편이 넘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10부작이 주류인 만큼 해외판매 등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드라마 형태가 변하면서 소재도 다양해졌다. <킹덤>은 미스터리 사극이고, <세가지색 판타지>엔 저승사자 별이와 이승의 스타 우주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우주의 별이’)가 담긴다. 한 드라마 작가는 “회차를 늘리려고 억지 내용을 집어넣기도 하는데, 스릴러, 시트콤 등 내용에 따라 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만 담아 빠른 진행이 가능해지면서 작품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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