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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스타 세우니 시청률 쑥쑥
③ 돈 조금 들이고 흥행되네 오락 프로그램의 생명은 ‘재미’다. 그러나 극단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전파의 공공성’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 이른바 ‘토크쇼’를 표방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거의 ‘공공의 적’ 수준에 이르렀다. 광고 수입 감소에 따른 제작비 축소, ‘스타’에만 의존하는 시스템, 무한 시청률 경쟁, 아이디어 고갈 등 방송계의 문제점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엉터리 오락프로그램’을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와 시청자들의 끊임없이 지적하는데도 제작진들은 “즐겁기만 하면 될 오락프로에 웬 고루한 도덕적 잣대냐”며 ‘쇠귀에 경읽기’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만을 잣대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방송사 내부 시스템 탓도 있다. 현재 방영 중인 토크쇼는 모두 6개다. 월요일 밤 에스비에스 <야심만만>으로 시작해, 화요일 한국방송 <상상플러스> 에스비에스 <즐겨찾기>, 목요일 한국방송 <해피투게더>, 금요일 에스비에스 <아이엠>, 토요일 문화방송 <놀러와>로 한 주를 마감한다. 일주일 내내 밤마다 ‘공공재’인 전파는 연예인들끼리의 수다를 안방으로 실어나른다. 지난해 봄개편 때 <즐겨찾기>와 <놀러와>가 신설된 데 이어 가을개편 때 <상상플러스>와 <아이엠>이 추가됐고, 여기에 이달 중순부터 문화방송이 한 몫 더 거들어 <봄이 오면>이라는 토크쇼를 금요일 밤에 추가했으니, ‘토크쇼 범람’은 그리 오래된 현상이 아니다. 이젠 일주일에 7개, 평균 하루에 한 프로로 늘어났다. 상업방송이라는 에스비에스는 3개, 나머지 두 공영방송은 2개씩이다.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문화방송이 기존 토크쇼의 형식과 내용에서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을 신설한 까닭은 무엇일까? 비판이 쏟아질 것을 쉽게 예상하고도 “손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다른 방송사도 다르지 않다. %%990002%%
그 이유는 일단 경제적인 효율성에 있다. 재미로 따지면, 같은 연예오락 영역에서 개그 프로그램이나 시트콤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는 되지만, 토크쇼의 제작비 대비 흥행 성공 비율이 가장 높다. 개그프로나 시트콤은 출연자·제작진 수가 훨씬 많고, 전체적인 비용이 월등히 많이 들어가지만 실패할 때의 위험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요즘 한참 인기 있는 <웃찾사>나 <개그콘서트>를 보면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과 ‘젊은 피’의 충원 없이 개그 프로그램이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시트콤의 실패를 봐도 그렇다. 적지 않은 제작비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투입했지만, 한국방송 <방방> 문화방송 <조선에서 왔소이다>는 시청률 저조로 조기 종영했고 문화방송 <논스톱5>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러나 토크쇼는 인지도 있는 진행자만 섭외되면 기본 시청률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방송가의 판단이며, 지금까지 증명된 바다. ‘좁은 길’로 가지 않으려는 제작진들의 손쉬운 판단이 토크쇼로 몰리고 있는 까닭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디어 고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없어 토크쇼에 의존하고, 흥행이 담보되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는 넘쳐나는 토크쇼에 묻혀버릴 수밖에 없다. 이는 악순환으로 확대된다. 토크쇼 범람 양상이 이렇다 보니, 방송 3사 7개 토크쇼의 얼굴들은 겹치고 다시 겹친다. 이미 확보된 인지도에 기대어 진행자를 선정하는 악습이 반복되는 탓이다.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김제동, 김용만, 박수홍 등 개그맨 출신들이 토크쇼 진행에 앞장선다. <봄이 오면>도 강호동이 진행한다. 같은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른 방송사를 오가면서 입심을 풀어내는 데 시청자들이 지치고 지겹지 않을 까닭이 없다. 출연자들 또한 여러 토크쇼에 겹쳐 나오고, 이 또한 그들의 영화·음반 등의 홍보수단이라는 지적도 그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흥미를 잃자, 더욱 자극적인 수다가 토크쇼를 장식하는 것이 최근 현상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진행자들도 ‘그 얼굴이 그 얼굴’ 정통 개그 ‘본업’ 대신 엠시로 안주하는 구조 %%990003%%
토크쇼 진행자들은 주로 개그맨 출신이다.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이휘재, 박수홍이 그렇고, 강호동은 씨름 선수 은퇴 뒤 개그맨으로 활동했다. 예외적으로 김제동은 대학 축제 진행자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들을 개그맨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누구는 ‘방송인’이라는 모호한 말로 부르고, 또 누구는 ‘전문 엠시’라고도 말하지만 연예오락프로 외에 다른 진행을 맡는 일은 별로 없다. 말로 웃기니 개그맨일 법도 하지만, <개그콘서트> <웃찾사> <폭소클럽>에 나오는 개그맨들과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이들이 본업인 개그맨을 그만 두고, 토크쇼 등 버라이어티쇼 진행자로 나선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끊임없는 아이디어 생산이라는 개그맨의 본령을 이들이 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폭소클럽> 신상훈 작가는 “개그맨이 롱런하기 위해선 토크쇼나 시트콤 등을 통한 재충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언제나 분수처럼 솟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개그프로 외에 다른 오락프로에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거쳐 축적된 에너지가 다시 개그에 쏟아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개그보다 훨씬 쉽게, 이른바 ‘말빨’로 연명할 수 있는 토크쇼에 주저 앉았다. 물론, 시청률 잡기가 용이한 토크쇼를 마련해 두고 이들을 주저앉힌 방송계의 구실도 컸다. 이런 구조는 연예오락 프로그램 자체에 악영향으로 돌아간다. 개그맨들은 골치 아픈 개그를 하지 않고 토크쇼 진행자로 안온함을 추구하거나, 또는 아이디어 좋은 뛰어난 개그맨은 잠시 쉬어갈 토크쇼 자체가 없는 것이다. 뛰어난 개그맨은 단명하고, ‘자가 복제’를 반복하며 진행자까지 ‘그밥에 그나물’인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정체되고 썩어갈 수밖에 없다. “연못에 실개천을 만들어 한쪽에선 물이 계속 들어오고 다른 한쪽에서 물이 계속 나가는 구조라야 연못이 썩지 않기”(이창태 <웃찾사> 피디) 때문이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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