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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9 18:57 수정 : 2005.11.10 15:24

이산가족 상봉부터 외국인주부 친정찾기까지 사람찾기 프로그램 20년 넘게 이어져

헤어짐이 있어 만남이 있는 법이다. 애타게 만남을 고대하는 까닭은 그만큼 아픈 헤어짐이 있었던 탓이다.

겨레 역사가 지나온 질곡의 길목마다 마음을 찢는 헤어짐이 있었기에 눈물을 흩뿌릴지언정 만남이 더욱 절실하다. 헤어짐의 아픔은 겨레의 비극 6·25에 뿌리를 뒀다. 이념을 따라, 폭력에 밀려, 생존을 위해, 부모형제는 남으로, 북으로, 국외로 갈렸다. 전쟁으로 목숨 잃은 자들의 피붙이들은 고아원으로 몰렸고, 외국의 양부모를 따라 형제자매들은 찢어졌다.

민중의 희생을 담보로 사회·경제적 변혁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 시기에도 헤어짐은 계속됐다. 땅 붙여 먹고 살던 이들은 삶을 부지하기 위해 도시로 돈 벌러 나가며 헤어졌다. 뼛속 시리도록 가난했던 삶은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이제 그 헤어짐은 국제화했다. 가난한 삶을 피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한 이들은 핍박과 착취를 견디며 가족을 생각한다. 팔다리를 잃고 몹쓸 병에 걸려서도 가족이 있는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의 아픔이다. 농촌 총각들의 배필로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베트남에, 중국에, 필리핀에 있는 부모를 살아서는 보리라 기대를 놓지 않으나, 가난한 그들이 친정을 찾을 일은 ‘하늘에 별 따기’다.

이산가족상봉부터 외국인 며느리의 친정찾기까지, 사람찾기 프로그램의 변천사는 이어져왔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1983년 6월30일 밤 10시15분 한반도 남쪽은 눈물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국방송 특집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첫 전파를 타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애초 7월1일 새벽 1시까지 3시간 방영 예정이었으나, 한국방송은 모든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5일 동안 ‘이산가족찾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5만여명의 이산가족 행렬이 여의도를 뒤덮었고, 평균 시청률은 78%를 기록했다.

그해 11월14일까지 무려 453시간 45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모두 10만952건의 이산가족찾기 신청이 접수되고 5만3162건이 텔레비전에 소개됐고 1만189명이 잃어버린 가족을 얼싸 안았다.

6·25 난리통에 아들과 헤어진 어머니는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로 중년의 아들을 만나, “어느 하늘 아래에서 누굴 의지하고 살았느냐…!”고 통곡했다. 30년을 같은 땅에서 서로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던 형제와 자매는 “꿈이라면 깨지 않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이산가족찾기는 뜻밖의 결과였다. 그 누구도 남쪽 땅에서 생이별한 가족을 30여년간 애타게 찾으며 살아온 이들이 그렇게 많으리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부모형제’ 꿈에도 못잊을 당신이기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온 세계를 놀라게 한 이산가족찾기는 그 뒤로도 틈틈히 이어졌다. 매년 8·15나 6·25 등 기념일마다 특집 방송이 만들어졌다. 대상의 폭을 넓혀 정규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졌다. 매주 수요일 방송되는 한국방송 <아침마당> ‘그 사람이 보고 싶다’이다.

스튜디오 발언대에서, 띄엄띄엄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눈물을 삼키는 이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저몄다.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훌쩍 넘고, ‘보릿고개’는 이미 기억 저편으로 희미해지는 지금도, 아직까지 잃어버린 가족을 못 찾은 이들이 줄을 잇는다. 그래서 6·25 무렵 헤어진 부모와 자식부터 전후 찢어지게 가난한 삶 탓에 아이들을 남의 집 더부살이로 보낸 뒤 헤어진 이들이 많이 등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친부모를 찾는 국외입양아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97년 시작한 이래 지난 9년간, 2400여명이 가족 찾기에 나서 약 40%가 가족을 찾았다. 주로 10년 이상 헤어져 있던 이들이기에 대부분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해 가족을 찾아야 하기에 못 만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부모형제’ 꿈에도 못잊을 당신이기에…


사랑을 싣고…꼭 한번 만나고 싶다=가장 대중적이며 대표적인 사람찾기 프로그램은 한국방송의 . <아침마당> ‘그 사람이 보고 싶다’ 보다 이른, 94년 5월 첫 전파를 탔다. 11년을 꽉 채운 지난 5월 554회로 막을 내린 는 <신(新) TV는 사랑을 싣고>로 약간의 변화를 가했다. 앞서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옛 지인을 찾아주는 데서, 일반인들까지 포함한 형식으로 바뀌었다. 에서 그리운 이를 만난 출연자는 줄잡아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신 TV는 사랑을 싣고>에 앞서 문화방송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2003년 11월 시작했다. 기존 와 달리,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있던 부모형제, 애틋한 추억을 나눈 옛 연인, 철없던 시절 함께 뛰놀던 그리운 친구 등의 이야기들이 과거의 재연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일반인들의 절절한 사연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 <신 TV는 사랑을 싣고>의 변화 방향에도 영향을 끼쳤다.

집으로…지금 만나러 갑니다=올해 들어, 사람찾기는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만남의 대상과 형식의 폭을 넓히고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직접 외국으로 국외입양아를 찾아나서는가 하면,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고향으로 보내준다.

‘부모형제’ 꿈에도 못잊을 당신이기에…


한국방송 <해피선데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지난 5월 첫 문을 열었다. 어릴적 국외입양된 이들의 가족이 직접 입양인을 찾아 만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의 절정에도 눈물이 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부모와 자식의 만나는 순간은 처절하게 슬프다. 아직도 국외입양 세계 1위의 오명을 씻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그림자가 한편으로 마음을 누르지만, 분위기는 최대한 밝은 톤으로 연출된다. 과거보다 그 뒤의 행복한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8월 문화방송 <느낌표> ‘집으로’에 이어, 지난 5일 시작한 한국방송 <러브 인 아시아>는 국내 외국인 또는 외국인 자녀와 부모·조부모의 만남을 주선한다. 국내 이산가족, 국외 입양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시아’라는 보다 넓은 인식의 틀을 갖춘 결과다. 착취와 핍박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농촌의 남성들과 국제결혼해 그릇된 선입견과 싸우며 힘겹게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해피투게더 프렌즈’ 윤현준 프로듀서

“옛 친구 만났을대 웃으며 악수하는게 가장 솔직한 표현 아닌가”

지난 4일 녹화 현장에서 만난 한국방송 <해피투게더 프렌즈>의 윤현준 프로듀서는 “기존의 사람찾기 프로그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색다른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며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 짧고 분명한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웃음’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간단명료한 답변이 돌아왔다. “우는 게 싫다”는 것이다. 윤 프로듀서는 “추억이라는 것이 늘 아련하고 눈물만 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옛 친구를 만났을 때, 반가워서 그 자리에 잠깐 멈췄다가 웃으며 악수하는 정도가 가장 솔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피디 역시 눈물의 상봉보다는 가벼운 악수가 더 익숙한 34살, 젊은 세대로 그는 “스타와 친구들이 반가워서 우는 걸 억지로 막지는 않지만, 가급적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윤 프로듀서는 이와 함께 “<…프렌즈>가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만들어지는 다른 ‘사람 찾기’ 프로그램과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초등학교 친구들을 길거리에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고, 그래서 ‘스타와 친구들이 만나는 것’ 보다는 ‘스타가 친구들을 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는 것이다. <…프렌즈>가 재연 드라마 형식 대신 진짜와 가짜 찾기류의 게임 형식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또 그렇기 때문에 스튜디오에 나오는 스타의 친구들도 ‘스타가 꼭 만나고 싶어하는 친구’와 ‘같은 반이라 알고 지냈던 친구’로 적절히 배분하고 있다. 절친한 친구들만 출연시키면 너무 싱겁게 알아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제된 연출이다.

‘친구 알아보기’에 무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프렌즈> 제작진이 일단 스타의 친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사람 찾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 제작진들은 스타의 초등학교 졸업앨범과 친구들의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동사무소와 경찰서 등의 협조와 본인 동의를 얻어 친구들을 찾아낸다.

윤 프로듀서의 말처럼 “온 국민이 연예인인 요즘” 친구들을 스튜디오로 불러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찾아낸 모든 친구들을 일일이 인터뷰한 뒤 인상적인 사연들을 찾아내 대본을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보통 3∼4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방송되지만 6개나 되는 에피소드가 촬영되기 때문이다. 또 진짜 친구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25명이나 되는 가짜 친구들에게 스타와의 추억을 덧입히는 것도 까다로운 작업이다. 윤 프로듀서는 “최소한 촬영 3주 전까지는 스타 섭외가 완료돼야 방송을 준비할 수 있다”며 “준비가 마무리되면 70분 방송 분량을 촬영하기 위해 본 촬영 4시간과 뒷풀이 촬영 2시간 ‘플러스 알파’가 소요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스타들이 <…프렌즈> 출연을 두려워할 것 같다는 추측들에 대한 답을 줬다. “고등학교 때 얘기만 돼도 ‘듣는’ 스타는 물론, ‘말하는’ 스타의 친구, ‘보는’ 시청자들이 서로 조마조마할 수가 있지만, <…프렌즈>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추억에 관한 것”이라며 “스타들도 이상한 말이 나오면 일단 아니라고 발뺌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지만, 나중에는 대부분 깔깔깔 웃으며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난 인터넷에서 친구 찾는다

싸이월드에 ‘내학교 정보’ 동창 검색 서비스 마련
초등교 반창회등 모임 늘어

TV프로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가족·지인 찾아달라” 몰려

사람찾기가 유행이다. 특히 초등학교 동창 등 어린 시절 친구 찾기가 그렇다. 사람찾기 방송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가 이런 사회적 유행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승반응을 일으킨다. 사람찾기 방송 프로그램 갯수가 늘어나는 것은 사람찾기 유행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우선 사람찾기 방송 프로그램들의 홈페이지가 만남의 장이다. <해피 투게더 프렌즈>는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동창회 게시판’이라는 시청자 참여 게시판을 마련해두고 있다. ‘동창회 게시판’에 동창회를 여는 학교 이름과 장소, 날짜, 시간, 연락처를 올리면 방송 자막을 통해 공지를 해줘 인기를 얻고 있다.

출연자들의 가족찾기 사연을 찾아볼 수 있고 신청도 할 수 있는 <아침마당>의 홈페이지는 늘 가족과 친지를 찾는 이들이 몰린다. <해피 선데이>가 입양아 등 국외거주자들이 회원가입 없이도 방송과 사연을 찾아볼 수 있도록 별도로 운영하는 ‘방송보고 제보하기’ 게시판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든다. <신 TV는 사랑을 싣고>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등 홈페이지에서 헤어진 가족과 지인을 찾아달라고 사연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사람찾기 프로그램의 홈페이지를 찾는 것이 소극적이라면, 적극적으로 직접 찾아나서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00년 동창회 붐을 일으키며 크게 히트한 ‘아이러브스쿨’의 경우처럼 역시 손쉽고 빠른 사이버 세계에서 주로 이뤄진다. 1천만명이 넘는 ‘싸이폐인’을 거느린 싸이월드(cyworld.nate.com)가 으뜸이다. 싸이월드는 최근 회원수 1500만명을 넘겼다. 회원찾기 서비스를 통해 오래된 친구를 찾아보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다. 한 술 더 떠 최근 싸이월드는 ‘내 학교 정보’를 통해 동창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자신의 정보로 출신 학교와 졸업 연도 등을 기입하면 자동으로 동창들이 검색된다.

이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반창회 등 소규모의 모임도 부쩍 늘었다. 보통 사회적으로 안정된 나이의 사람들이 모여 다소 자기 과시적 냄새도 풍기는 동창회 등과는 한참 다른 모양새다. 대부분 같은 동네 출신으로 사는 배경이나 수준도 비슷한 초등학교 출신들끼리의 모임이 더 큰 동류의식을 형성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단순히, 어릴 때 만났던 짝꿍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만으로도 이들의 모임과 만남을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나 대학 모임보다는 초등학교 모임이 많다.

전화나 편지가 아닌 이메일이나 쪽지, 미니 홈피 방명록을 통해 주로 이뤄지는 연락의 편리함도 사람찾기를 가속화시킨다. 거꾸로 현실에 비해 부담이 덜 가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의 특성이 또 하나의 원인으로도 분석될 수 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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