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20 17:08
수정 : 2017.04.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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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멤버이자, 진행자로 자리 잡은 이특.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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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예능인, 예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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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멤버이자, 진행자로 자리 잡은 이특.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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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는 5년의 법칙이란 게 있었다. 아무리 잘나가는 아이돌도 5년이 지나면 해체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다행히 그 시간이 좀 더 늘었고 몇몇은 법칙에 예외를 만들었다. 5년의 법칙이 무너진 것은 요즘 아이돌들이 노래만 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연기도 하고 뮤지컬도 한다. 음반 프로듀싱을 하고 예능도 한다. 간혹 진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슈퍼주니어의 이특이다. 지금까지 <너의 목소리가 보여>(티브이엔), <최고의 요리비결>(교육방송), <스타킹>(에스비에스)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깔끔한 진행을 보여주었다.
사실 슈퍼주니어 자체가 매우 독특한 팀이다. 처음에는 멤버들을 들락날락 계속 바꾸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동방신기라는 초대박 아이돌을 만들었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는 다음 프로젝트로 비슷한 콘셉트의 후배 그룹보다 많은 연습생들을 안정적으로 데뷔시킬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팬들이 들고일어났다. 사옥 앞에서는 최초의 멤버들을 떠나보낼 수 없다는 시위가 이어졌고 결국 에스엠은 시즌제(?) 콘셉트를 포기하고 고정 멤버로 슈퍼주니어를 선언한다. 아마도 기획사가 팬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아이돌의 콘셉트를 포기한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그 팀이 올해로 13년째다.
시한부로 시작한 팀이다 보니 슈퍼주니어의 모든 멤버들은 꽤나 절박했다. 더군다나 이특은 리더였지만 주목받는 멤버가 아니었다. 희철, 시원같이 돋보이던 멤버들은 잘나가던 <엑스맨>(에스비에스), <연애편지>(에스비에스)에서 예능을 시작했지만 이특은 아침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제작진은 그를 다시 불렀고, 하나씩 고정을 잡았다. 나와 <강심장>(에스비에스)을 할 때도 이특은 처음에는 고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첫회 게스트를 할 때부터 은혁, 신동과 함께 개그를 짜왔다. 당시는 슈퍼주니어의 인기가 절정이었고 매일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하지만 매주 밤을 새워서 직접 음악을 편집하고 스타들의 굴욕 사진을 찾고 웃긴 분장을 했다. 다른 회사 가수들, 심지어 후배 아이돌들의 무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도 얼마든지 망가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돌보다는 개그맨에 가까운 생활이었다. 시간이 나면 개그맨들을 찾아가서 코미디를 배우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진행자들의 다음 멘트를 맞히는 퀴즈를 하고 있었다. 아이돌들이 최선을 다해 예능인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은 당시로선 참 신기했다. 그 한결같은 모습도 13년째다.
피디를 하다 보면 왜 진행자를 새로운 사람을 쓰지 않고 매번 같은 사람들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대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프로그램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하고 순간순간 재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나를 낮출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소수의 개그맨이나 아나운서 출신들이 독점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금의 이특은 젊은 진행자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 인생의 깊이를 보여주거나 예측 불가능한 개그를 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모범생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수위를 넘는 멘트를 하면 시청자들이 낯설어 한다. 예능에서는 ‘좋은 놈’보다는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더 재미있을 때가 많다. 깔끔한 진행을 넘어설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혹 티브이를 보다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같은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신인들을 볼 때면 생각한다. ‘응 좋아. 그럼 일단 이특부터 넘어봐. 물론 쉽지 않을 거야.’ 어느덧 35살이 된 아이돌 예능 진행자는 10년 더 지나면 또 저만치 앞서 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혁 씨제이이앤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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