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16 18:18 수정 : 2005.11.17 14:31

박현정의TV속으로

한 아이가 외조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굶주린 도사견에게 물려 죽었다. 카메라는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 살다시피 하던 아이가 죽기 전까지 그토록 열심히 빨았다는 낡은 신발을 비춘다.

슬픈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다. 가끔은, 이런 소식을 들으면 차라리 귀를 막고 싶어진다. 아이를 버린 부모를 탓하든, 아이를 방치한 이웃사람을 탓하든, 신고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공무원들을 탓해 본들 아이는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분명 알고 보면 그들에게도 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안전망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시스템의 문제로 돌려진다.

또한 그럴수록 개개인은 무력해진다. 내가, 세상을 뭘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아이가 죽던 순간의 고통을 상상하고 몸서리를 치며 울지만, 그래 본들 결국 저녁엔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타인의 고통을 쉽게 잊을 것이다. 몇 푼의 기부금으로 도리를 다했다고 자위하며 잊지 않으면, 도대체 날 더러 어쩌란 말이냐. 내 아이들과 함께 가끔 하는 외식 한번에도 ‘이 돈이면 몇 명의 아이들이 끼니를 때울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죄의식을 느끼란 말이냐. 고통과 함께 분노가 밀려온다.

14일에 방송된 한국방송 제1텔레비전의 는 이런 무기력함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비야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자신의 책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말했다. “세상이 깜깜하다 그래서 ‘깜깜해’ 그러고 있기는 너무 초라한 것 같아요. 일단 세상이 깜깜하면 자기 손 안에 있는 촛불을 켜는 거예요.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 다 촛불을 갖고 있거든요. 그 사람들한테 막 붙여주는 거예요. 붙여주는 만큼 세상은 밝고 환하게 되는 거죠.”

그녀는 무기력하게 자책하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조그만 일을 하자고 말한다. 굳이 오지에 가서 봉사를 하면서 자기 삶을 다 던지지 않아도 모두가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녀의 신념은 곧 희망이다. 고작 만원의 돈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만원의 돈이, 우리나라의 아이들, 더 나아가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에이즈에 걸려서 태어난 아이들, 식수가 없어 구정물을 먹으며 죽어가는 세상의 아이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바보상자라고 조롱하면서도 그 힘을 두려워했고, 책과 정신의 시대는 갔다고 한탄했다. 이제 텔레비전은 아무도 무시못할 거대한 힘을 가졌다. 부정할 수 없다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는 그 하나의 답이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프로가 아니라, 텔레비전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매체의 힘을 이용하여 시대의 정신과 믿어야 할 가치를 전파한다는 점, 참으로 중요하다.

박현정/드라마몹 에디터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