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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가을소나기'에서 열연한 탤런트 정려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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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나기' 끝내고 '섹션TV…' MC에 전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눈물을 짜냈다. 10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가을 소나기'에서 정려원은 울다 지쳐 쓰러질 만큼 울고 또 울었다. "연서 때문에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나중에 너무 우울해 기가 다 빠진 느낌, 촬영을 하고 나면 마치 주사기로 기를 다 빼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극중 그는 가장 친한 친구(김소연)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후, 친구의 남편(오지호)과 아픈 사랑을 나눈 연서 역을 연기했다. 결코 '해피 엔딩'이 될 수 없는 힘든 사랑이었기에 매회 우는 장면이 빠지지 않았다. "하루는 오늘은 안 울면 안되느냐고, 이 장면에서는 연서가 울지 않을 거라고도 했어요. 그런데 거의 탈수상태였는데도 막상 카메라가 돌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가을 소나기'는 정려원이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덤에 오른 직후 출연한 작품으로 더 주목받았던 드라마. 그러나 '가을 소나기'는 저조한 시청률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정려원으로서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단맛이 채 가시기도 전에 쓴 잔을 삼킨 셈. 드라마 속에서도 늘 슬픈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 고생이 만만치 않았을 듯하다. 그는 "연서라는 캐릭터 자체가 '내 이름은 김삼순'의 희진이보다 훨씬 우울한 울타리 안에 있고, 객관적으로 따져봐도 연서 편이 돼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 뒤 "이제 어떤 걸로 찔러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전했다. 하지만 이제 아픔은 훌훌 털고 씩씩하게 말한다."오히려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높은 곳에서 내려와보니까 여기는 또 다르다는 것도 배웠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을 '가을 소나기' 이후에 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이죠. 언젠가는 겪어야 할 것을 빨리 겪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가을 소나기'는 멎었다. 하지만 정려원은 소나기를 흠뻑 맞은 후에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모양이다. "비는 다 그쳤지만 아직 제 기분은 '가을 소나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감정이 싫지 않네요. 아직 그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요." 문득 '내 이름은 김삼순'이 한창 방송되던 당시 정려원이 "지금의 인기는 한 달뿐"이라며 "언젠가는 더 높은 곳에서도 떨어지고 또 튀어오를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에 대해 다시 묻자 그는 "만약에 안 비워냈으면 지금 모든 것을 다 뺏긴 느낌이었을 것"이라며 "나중에 분명 기막히게 좋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 믿고, 그때 감사하게 받을 수 있도록 그릇을 넓혀놓겠다"고 말한다. 당분간은 MBC '섹션TV 연예통신' MC 외에는 특별한 활동계획이 없다. 틈틈이 호주와 미국 등으로 여행을 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할 예정. 스스로 굉장히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말하는 그는 "연기할 때는 밝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것 같다"면서 "이번에 많이 울었던 만큼 다음에는 밝은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따뜻한 계절이 오면 연기자 정려원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 듯하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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