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1 17:34
수정 : 2005.02.01 17:34
‘다찌마와리’ 에서 ‘쉬리’ 까지
시대별로 본 충무로 액션영화의 공식
한국 액션영화가 ‘으악새’라는 이름으로 불린 때가 있었다. 배우들이 한결같이 ‘으악’ 소리를 내며 뒤로 자빠진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약간의 경멸기가 어린 별명에도 불구하고, 액션영화는 수많은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이며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주요 장르의 하나로 자리잡는다.
케이블티브이 액션 전문 채널 <수퍼액션>의 창사 4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한국 액션을 말한다> 2부작은 바로 이 ‘으악새’ 전설로부터 출발한다. 한국 액션영화가 장르의 규칙을 만들어가며 한국 영화의 주류로 등장했다 쇠퇴하기까지, 이어 80년대 후반 다시 중흥기를 맞이하기까지의 역사를 한 눈에 들여다보게 한다. 박노식과 독고성, 박상민과 최민수 등 한국 액션영화 40년을 수놓아온 숱한 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7일과 8일 밤 10시 각각 1시간씩 방영된다.
1부 ‘으악새와 다찌마와리’는 한국 액션영화의 뿌리와 역사를 되돌아본다. 시간적으로는 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다. 이 시기 한국 영화는 ‘으악새’라는 이름에 더해 난투를 뜻하는 ‘다찌마와리’라는 일본식 이름으로도 불렸다. 뒷골목 건달들의 난투극이 액션의 주된 형식을 이뤘기 때문이다.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의 박노식은 이 시기 한국 액션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로 손꼽힌다.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는 깡패들에 맞서 쇠주먹을 휘두르는 그의 분노에 찬 표정 연기는 당대 관객들의 심장 박동수를 한껏 높여 놓았다. 70년대 이후론 오지명과 이대근 등이 ‘다찌마와리’ 계보를 잇는 액션스타였다.
이 시기 빠져선 안될 이름으로는 정창화 감독이 있다.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무협 액션영화의 지평을 넓힌 인물이다. 임권택과 오우삼 감독이 모두 그의 밑에서 액션영화의 법칙을 공부한 제자들이다. 그가 홍콩에서 만든 <죽음의 다섯손가락>은 73년 4월 미국에서 개봉해 <사운드 오브 뮤직>과 <대부>를 누르고 전미흥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10편의 하나로 꼽으며, 최근작 <킬빌>에 일부 장면을 차용한 바 있다.
한국 배우들의 홍콩영화 진출도 붐을 이뤘다.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의 속편 <최후의 정무문>에서 이소룡 역할을 한 거룡과 청룽의 <취권>에서 청룽의 맞수로 나오는 발차기의 달인 황정리 등이 모두 한국 출신이다. 이들은 화려한 손놀림 위주인 홍콩 액션영화에서 태권도의 현란한 발차기로 독특한 무협액션의 경지를 선보였다.
2부 ‘한국 액션의 새로운 도전’은 한국식 액션의 장을 연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에서 시작한다. ‘다찌마와리’를 넘어 시대의식과 역사성을 녹여내며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한국 액션영화는 이후 홍콩 느와르식 액션에 한국 특유의 조폭 코미디를 결합시켜 한국형 조폭코미디라는 장르를 내놓게 된다. <비트> <쉬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화산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 <태극기 휘날리며> 등 액션과 멜로, 시대극적 특성 등을 다채롭게 뒤섞어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 작품들도 소개한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 영화평론가 심영섭씨 등 전문가 인터뷰도 준비된다.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액션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주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조대현 <수퍼액션> 책임프로듀서는 “한국 액션영화의 과거를 통해 한국 액션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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