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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30 18:03 수정 : 2005.12.01 16:20

박현정의TV속으로

우리 드라마가 살 길은 결국 장르의 분화뿐이다.

최근 들어 평균 시청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는 것은, 인터넷 등을 통한 시청층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 자체에 식상해 하는 징후의 하나로 봐야 옳다. 이제, 뭘 더 새로운 것을 하겠는가. 누구의 멜로물이 어떻게 흘러가고 그 와중에 끼워 넣은 성공스토리는 또 어떻게 흘러갈지, 지나가는 삼척동자에게 물어보아도 예상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성공 원인이다. 딴 게 아니다. 이 드라마는 그런 한국 멜로 드라마의 식상함과 진부함에 대한 불만이 궁극에 달한 시청자들로부터 터져 나온 일종의 시위다. 우리 드라마 판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로맨틱 멜로의 관습을 그야말로 하나씩 하나씩 깨부수어버린 것 말이다.

연적과의 담판에서 울면서 짐 싸는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연적을 언변으로 압도해 버리는 여자. 남자의 잘나신 부모와의 만남에서 유머를 섞어 잽을 날릴 수 있는 여자. <삼순이>의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한국 멜로의 진행과 관습에 식상해 하고 있었는지를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한데 욕 잘하고 성깔 있고 등등 캐릭터의 표면적인 것만 긁어 모아서는, 그 캐릭터를 또다시 기존의 식상한 멜로물 관습 안에다 가둔다. 이런 모순이 있을까?

이제는 드라마들이 황금알을 꺼내기 위해서 거위의 배를 가르기 시작한 시점이 온 모양이다. 물론 어떤 장르에나 자신의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있고, 우리 드라마판에도 작가주의 작가나 피디들이 있다.

하지만 작가주의가 다가 아니다. 문제는 상업 드라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제 ‘아시아 최강’이라는 말까지 듣는 우리나라의 상업 드라마는 어디로 갈 것인가. 방법은 하나뿐이다. 장르의 분화. 멜로는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멜로 안에서의 장르가 더욱 나뉘어져 발전해야 한다. 또한 비록 얼마나 많은 시일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같은 장르의 정점에 오른 작품을 만들어낼 때까지,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별순검>의 제작은 ‘그래도 미래가 있는 건 문화방송밖에 없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런데 제대로 지원도 안 해보고 조기종영을 하다니 시작하지 않은 만 못하지 않은가. 과도기라는 게, 당장은 헤매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길을 찾으며 눈부신 발전을 할 것이다.


우리 드라마도 매일 거위만 들여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이제 다른 거위를 찾아서 길을 떠나야 할 것 아닌가. <귀엽거나 미치거나>도 그렇고, 뭔가 조금씩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마다 싹이 잘리는 게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미래를 보아주기 바란다.

박현정/드라마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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