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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3 16:22 수정 : 2005.02.03 16:22

“설날 처갓집 문안 포기한 지 오랩니다”

“올해도 설 연휴는 귀성·귀경길 청취자들과 함께 보내야지요.”

성우 배한성(58)씨는 설 연휴 가장 바빠지는 사람의 하나다. 성우 송도순씨와 함께 교통방송(에프엠 95.1㎒) <함께 가는 저녁길>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남들 다 고향길로 달려갈 때, 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시시티브이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또 봐야 한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도로 위에 깔린 귀성·귀경길 차량 스피커를 통해 온 나라로 퍼진다. 교통체증에 답답한 마음이며 장거리운전에 지친 몸까지 시원하게 뚫어주고 위로해주는 게 그가 하는 일이다. 1990년 말 처음 교통방송 진행을 맡은 이래 벌써 15년째다. 교통방송 진행자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경력이다.

“해마다 명절 때면 특집방송을 해야 하니 서울을 비울 수가 없죠. 처가가 조치원인데, 아예 ‘저 사람은 못오는 사람’으로 칩니다. 친구들도 ‘명절 때 더 바쁜 사람’으로 포기한 지 오래고요.”

그도 10년 전인가 딱 한번 설 연휴 때 뉴질랜드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떠나면서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청취자들 두고 내가 이래도 되나 싶었던 것.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들도 “교통방송은 어떡하고 왔느냐”고 한마디씩 하더란다. “돌아와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교통방송이 나오더라고요. 그 순간 내 자리가 저긴데, 괜히 청취자들 고생시켰구나 싶더라고요. 어느 새 저도 이 일에 중독돼버린 겁니다.” 그가 없는 사이 방송사엔 “왜 배한성이 안 나오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해마다 하는 명절 방송이지만, 그때 그때 분위기에 따라 방송을 끌어가는 방식도 달라진다. “올해는 연휴가 길어 교통체증은 예년보다 덜할 것 같아요. 하지만, 불황이다 보니 고향 찾는 분들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지 않을까요. 이럴 땐 선물 뭐 가지고 가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호경기땐 전화연결된 청취자들이 스스럼없이 뭐도 가져가고 뭐도 가져간다며 선물 얘기를 꺼내지만, 요즘 같은 때 선물 얘기 나오면 우물쭈물 분위기가 어색해진다는 것이다. “못 가서 소외된 분들, 가더라도 당당하지 못한 분들 마음에 위로가 되는 쪽으로 멘트를 해야지요. 군인·경찰·소방대원 등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요. 그래야 듣는 분들이 ‘훈훈하구나’ 느끼실 것 아니겠어요.”

이번 설에도 그는 7~11일 교통방송 설날특집 <교통방송과 함께>에서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목소리로 청취자와 만난다. 교통방송은 그 말고도 김성환, 박명수, 안문숙 등 엠시진을 총동원해 이 기간 매일 24시간 특별방송을 한다. 7일 2~4시엔 서울역 오픈스튜디오에서 박명수 진행으로 2시간 이원 생방송이 펼쳐진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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