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년간 단 한 차례의 멤버 교체 없이 늘 함께 해온 스피츠 멤버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쿠사노 마사무네, 사키야마 타츠오, 타무라 아키히로, 미와 테츠야.
|
한국인 잠수성과도 맞닿아
11집 앨범 한·일 동시발매 상큼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봄의 노래’가 울려퍼지자 공연장 2천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동시에 일어나 음악 속으로 빠져든다. 쿠사노 마사무네(보컬·기타)의 고우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는 관객들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듯 하다. 때론 감미로운 곡을, 때론 강렬한 곡을, 연주에 연주를 더할수록 미와 테츠야(기타)와 사키야마 타츠오(드럼)의 묵직하면서도 정교한 연주가 빛을 발한다. 타무라 아키히로(베이스)의 무대를 휘젓는 움직임도 분위기를 한껏 달군다. 2시간여 동안 군더더기 없이 숨가쁘게 몰아친 이들의 연주가 끝난 뒤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드리워진다. 이들의 명성이 결코 허명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는 순간이다. 1987년 67년생 동갑내기 대학생 넷이서 결성한 밴드 스피츠는 지금까지 11개의 앨범과 30개의 싱글을 발표하며 일본 최정상급 밴드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어 이미 2001년 서울에서 두 차례, 부산에서 한 차례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국내 인터넷 팬카페도 여럿 있다. 마침내 지난달 발표한 11집 앨범 <수베니어(Souvenir)>가 한국에서 동시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지난 앨범들도 차차 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 섬세한 감수성을 잘 담아낸다는 점이다. 듣기 편안한 팝적인 멜로디에서는 일본 가요 특유의 애달픈 정서가 묻어난다. 쿠사노 마사무네의 독특한 목소리 또한 한몫 더한다. 이런 부분은 특히 한국인의 감수성과도 잘 맞아떨어지는데, 두 민족의 기본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최근 박효신의 ‘눈의 꽃’ 등 일본 가요를 번안해 부른 곡이 크게 사랑받는 경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에 발표한 앨범 <수베니어>도 이들 색깔에 충실하다. 흥겨운 어쿠스틱 사운드에 감수성 넘치는 멜로디를 얹은 타이틀곡 ‘마사유메(正夢)’, 강렬하고 거친 기타 리프 위로 단조의 애수 어린 코드와 멜로디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응석받이’ 등 앨범의 모든 곡을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피츠의 독특한 색깔에 젖어들게 된다. 올 봄 서울과 부산에서도 각각 한 차례씩 공연을 한다고 하니 직접 느껴볼 수도 있다. 지난 18년간 단 한 차례의 멤버 교체 없이 늘 함께 해온 비결을 물었더니, “누구 하나가 나서서 자기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각자 서로를 존중해주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무엇보다도 멤버 4명 모두 스피츠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들의 음악에서처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대답에 가슴 한켠이 따뜻해졌다. 지바/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와이비뮤직 제공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