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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2 18:05 수정 : 2005.12.22 18:05

MBC 2부작 다큐 ‘하늘의 열림, 땅의 울림 북’ 다시 보니

악기로 한민족 정체성·문화의 원형 탐구 빼어난 영상미와 역동적 편집 돋보여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방송 중단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3일과 20일 밤 11시5분 <피디수첩> 대신 방송된 2부작 다큐멘터리 <하늘의 열림, 땅의 울림 북>(연출 김현찬, 작가 임은영)이 바로 그 프로이다.

전주문화방송이 창사 40주년 특별기획으로 만든 이 다큐는 지난 4월21·28일 방송됐으나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32회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과, 제20회 전국MBC 작품경연대회 금상을 받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다큐는 북은 한민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북이 풀어내는 신명의 가락과 한민족의 정서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등의 궁금증을 ‘북’이라는 악기를 매개로 한반도는 물론 러시아, 몽골, 일본 등 몽골로이드(몽골인종) 주변국을 심층 취재해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김현찬 피디는 “국악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중 ‘과연 우리 음악의 원류는 무엇일까’라는 근원적 고민을 하게 돼 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제1부 ‘신기, 예술로 거듭나다’ 편에서 제작진은 동아시아 샤머니즘 문화권 주변국에서 북이 신과 접촉하기 위한 ‘신기(神器)’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여의 제천의식인 ‘영고’나 마한의 ‘소도’에 대한 기록에 나타나듯 원시신앙의 중요한 부분이던 북이 점차 국가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취재했다. 제작진은 ‘신기’에서 국가의 상징으로 전해내려 온 북이 무속음악과 마을 풍물굿을 비롯해 판소리, 승무 등 다양한 전통음악과 춤을 통해 우리 문화의 모태로서 민중의 삶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 내는 그릇이 되고 있음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관련 문헌을 샅샅이 조사하고, 각국 고대 신앙과 신화, 설화의 흔적을 일일이 찾아가 취재한 제작진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러시아 부리아트족과 몽골 현지 취재에서는 우리나라 상고시대 ‘북’의 상징과 역할을 발굴해 내는 성과도 거뒀다.

2부 ‘한민족의 맥박, 장단의 신비’ 편은 오천 년 한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 온 북이 오늘날 한국의 독창적 예술코드인 ‘장단’이 더해져 세계인에게 다가서고 있는 현상을 조명했다. 제작진은 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북을 포함한 우리의 타악 공연이 외국 공연에서 세계인을 사로잡는 이유를 우리 고유의 ‘장단’에서 찾았다. 그리고 우리 장단이 조상들이 물려 준 빼어난 음악성과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화려한 연출로 한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훌륭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음악계와 민속학계는 이 프로가 ‘북’에 천착해 한민족 문화의 원형을 탐구한 첫번째 시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 프로는 한민족의 독특한 리듬 감각에 대한 철학적·과학적·예술적 접근을 통해 우리 문화의 독창성과 미적 감각을 잘 보여 주었다. 3D 그래픽과 테마음악 작곡, 뛰어난 영상미, 북소리와 어우러진 역동적인 편집도 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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