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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 좌우익 젊은이들 사랑 그려…대규모 출연진·스케일 눈길
해방 전후에서 한국전쟁까지 우리 현대사 공간을 배경으로 좌우익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대하 드라마가 방송된다. 한국방송은 4일 오후 신관 5층 회의실에서 <서울 1945>(극본 이한호·정성희, 연출 윤창범·유현기) 시사회와 제작발표회를 열어, 60부작 대하 드라마 <서울 1945>를 1텔레비전에서 7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밤 9시30분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는 함경남도 함흥의 광산 노동자 출신으로 공산주의자인 여운혁(류수영 분), 왕가의 후손으로 이승만을 따르는 자유주의자 이동우(김호진 분), 친일파 귀족의 딸로 해방과 전쟁 등 고비마다 몰락과 회생을 거듭하는 문석경(소유진 분), 문석경네 집사의 딸로 신교육을 받아 사교계 여왕으로 군림하지만 사랑하는 운혁을 돕는 과정에서 공산주의에 합류하는 김해경(한은정 분) 네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극본을 맡은 이한호 작가는 “우리 드라마는 해방공간에서 활약한 실존 인물들에게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다큐멘터리나 실록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의 경우 실존 인물의 이름을 따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한국전쟁과 그 이후 젊은이들이 믿고 따랐던 좌·우 이념과 이상을 고루 소개한다는 점에서 이전에 현대사를 다뤘던 드라마들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1945>의 주인공 김해경과 최운혁의 사랑은 미 군정기에 실존했던 김수임과 이강국의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당시 사교계에서 명성을 날리던 김수임이 훗날 김일성 정권 최고인민회의 간부가 된 이강국을 월북시킨 사건은 드라마 1부에 재현된다. 연출을 맡은 윤창범 피디는 “이 시대가 혼탁하고 굶주리고 칙칙했으리라는 편견이 많은데, 우리는 마치 활화산처럼 생명력으로 꿈틀거리는 에너지의 시대, 열린 가능성의 시대로 드라마를 그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회가 한국전쟁 장면에서 시작해 주요 인물들의 이념 대립을 그리는 데 대해 “극이 전개될수록 역사 자체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생생한 삶과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드라마는 특히 김일성, 이승만 등 역사적 인물을 포함해 대규모 출연진과 스케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전투 장면에서는 실제 전차 2대를 비롯해 50대의 전차가 동원돼 박진감을 더했다. 미국에서 수입된 영화용 총기 수십여 자루도 사용됐다. 이에 따라 제작비가 편당 1억원 가까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범 피디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 비견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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