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말아톤' 감독 정윤철 실제 마라톤을 즐기는 초보마라토너,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서울=연합뉴스)
\
|
관객 300만 돌파한 ‘말아톤’ 정윤철 감독
'말아톤'이 지난 13일 전국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18일만이다. 제작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빅히트다. 혹자들은 이 영화가 감독의 영화는 아니라고도 말한다. 조승우의 연기에 대한극찬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감독의 발견'에 대한 목소리는 작은 편이다.그러나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말아톤'은 감독이 2년반 가량 열과 성을 다해 키운 나무다. 정윤철(34) 감독은 "감독의 색깔이 강하게 나오는 영화보다는 첫 영화인 만큼 기승전결이 명확한 정통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피카소나 반 고호도 초창기 그림들을 보니까 굉장히 클래식하더라. 그들이 그런 그림을 몇년 그리고 난 후 비로소 자기 색을 표현했듯이 나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을 키운 뒤 그것을 해체하든 응용하든 하고 싶다"고 밝혔다.
△ 마라톤 입문과 동시에 '말아톤' 만나 =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단편영화 '기념촬영'과 '동면'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그는 "'존 말코비치 되기'와 흡사한" 작품으로 데뷔를 준비하다 '말아톤'의 실제모델인 배형진 군의 이야기를 만났다.
"마침 마라톤을 막 시작했을 시점이었다. 영화 준비하는 게 힘들어 좀 뛰어보자는 생각에 양재천 마라톤 클럽에 가입했는데 그때 이 소재를 접했다. 만일 단순한장애인 이야기였다면 안 했을 것이다. 마라톤을 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또 나 스스로 달리는 느낌을 알았기 때문에 영화로 표현하는 것 역시 수월했다." '말아톤'을 만들면서 한동안 중단했다가 며칠전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그는 42.195㎞를 한 차례 뛰어봤다. 기록은 '서브 쓰리'(3시간 내 주파)의 "따블" 정도. "초원(조승우 배역)이가 마라톤 35㎞ 지점에서 스프링쿨러의 물을 맞는 장면은 내가 직접 춘천 마라톤을 뛰면서 경험한 것이다. 초원이가 지나갈 때 그 물이 비처럼 느껴지면 무척 신날 것 같았다." △ 보편성과 친근감 획득이 성공의 요인 = 각본도 공동 집필한 그는 "힘든 소재라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마무리 단계에서부터 보편성을 얻었다. 장애인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일반적인 엄마와 자식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영화 속엄마의 모습은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고 사법고시 패스시키려는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자식에게 '너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물론 영화의 성공에는 특수학교 교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조승우의 탁월한 연기와 간간이 녹아든 웃음이 큰 몫을 했다. 이는 영화를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 "조승우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해줬다. 코믹한 애드리브도 많이 했다. 덕분에 영화가 시나리오 보다 훨씬 밝게 나왔다." △ 영화를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고파 =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다', '열심히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많이들었다. 이런 반응은 내게 초심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왜 시작했는지를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다시 깨달았다.그게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그는 원래 과학자를 꿈꿨다. 그러다 대단히 '독특한' 상문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영화를 통해 사회 고발과 변화를 꿈꾸게됐다. "당시 문학서클 회원이었는데 글 한번 잘 못 써서 얼마동안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듯한 생활을 했다. 자술서를 100장씩 썼다. 과학자는 내가 아니어도 많이 할 것같았다. 영화는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또 친구들이 학교의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2000년 삼성 맴피스트 장학생으로 뽑힌 그는 1년간 호주 국립영화학교로 유학,편집과정을 이수했다. "빛을 많이 연구했다. 남반구이다보니 빛과 자연 풍광이 좋았다. 사실은 이 영화도 인상주의 화풍을 많이 떠올리며 찍었다. 초원이는 자폐증이지만 우리보다 오감이 발달됐다. 사물에서 받는 인상들을 잘 느끼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재미있다.
"늘 연휴에는 TV에서 다른 사람이 만든 영화만 봤는데, 내년 설에는 '말아톤' 방송된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딱 명절용 영화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