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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5 23:09 수정 : 2006.03.15 23:09

영화 ‘방과후옥상’


왕따를 당해 전학을 밥 먹듯이 해온 탓에 고등학교를 4년째 다니고 있는 남궁달(봉태규)에게 남다른 특이사항이 있는 건 아니다. 그가 지닌 문제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 이빨이 다 나갈 만큼 운이 없다는 것 정도. 졸업을 목표로 전학온 새 학교에서 남궁달은 우연히 왕따 캠프 동기를 만나 서바이벌 방법을 전수받는다. 서너달이 되기 전에 만만한 꼴뚜기 하나를 잡아 기선을 제압하라는 것. 그러나 억세게 운 없는 남궁달이 낚은 꼴두기는 하필 그 학교 주먹 짱, 제구(하석진)다.

수업 직전 붙은 시비는 ‘방과 후 옥상’에서 한판 붙자는 제구의 위협적 제안으로 이어진다. 영화 <방과 후 옥상>은 남궁달이 새 학교에 등교해서 방과 후 옥상에 올라가기까지의 반나절을 시간 단위로 쪼개서 보여주는 경쾌한 학원 코미디다.

<방과 후 옥상>에는 학원 드라마 계보의 앞에 서 있는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다. 학교 주먹짱의 전설이 부풀려지는 방식은 <품행제로>를 닮았고, 남궁달과 제구의 싸움 부분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차용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색깔은 이런 학원 드라마들보다 <메리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나 <프록터의 행운>에 더 가깝다. 크고 작은 실수와 불행이 옷에 붙은 실밥처럼 따라다니는 주인공이 눈물겨운 분투를 할수록 점점 더 영화의 분위기가 고조된다. ‘방과 후 옥상’에서 벌어질 참혹한 사태를 막기 위해 남궁달은 자해를 해서 조퇴를 시도하기도 하고, 학생부실에 끌려갈 요량으로 교사에게 대들기도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은 그를 진짜 ‘짱’으로 오해하게 된다.

많은 부분을 주연배우 봉태규의 순발력과 재간에 의존하긴 하지만, <방과 후 옥상>은 실수와 오해로 연속 되는 반전의 웃음을 제법 맵씨있게 엮어 놓았다. 다만 조연들의 배치와 캐릭터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해 시간별로 끊어지는 이야기의 마디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천상 루저(실패자)인 남궁달이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모범생으로 변모하는 장면은 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가 있어, 이 영화가 지닌 경쾌함의 미덕을 깎아 먹는다. 이석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6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씨네온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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