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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실험정신·젊은 패기 지금도 신선한 큰 자극”
수록 감독들 인터뷰 부록도…계속 발굴 연작내기로
독립영화 30년사 ‘걸작 10편’ 디브이디 2장 첫선
흔히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는 〈상계동 올림픽〉이나 〈파업전야〉 등이 등장한 1980년대 이후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 등에서 청년문화가 발화했던 70년 초부터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충무로 밖에서 만들어졌고, 이화여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카이두’처럼 급진적인 영화동아리가 존재했다.
2004년 30주년을 맞았던 서울독립영화제는 이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독립영화의 과거를 ‘발굴’해 공개했고, 이때 상영됐던 10편의 단편이 두 장의 디브이디로 출시됐다.
70~80년대작 5편, 90년대작 5편으로 나눠 만들어진 〈매혹의 기억, 독립영화〉는 통로가 전무하다시피 한 한국 독립영화의 디브이디 유통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2004년부터 시작한 독립영화 디브이디 제작·배급 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완성됐다.
최초의 독립영화로 꼽히는 이익태 감독의 〈아침과 저녁 사이〉(1970·왼쪽)를 비롯해 카이두의 대표로 활동했던 한옥희 감독의 〈색동〉(1976), 이공희 감독의 〈또 다른 방〉(1979), 현재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이정국 감독의 〈백일몽〉(1984·가운데), 88년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받았던 〈칸트씨의 발표회〉(김태영 감독, 1987) 등이 담긴 1권은 사료적 가치와 함께 젊은 영화가 어떻게 시대를 앞서갔는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60년대 말부터 독립영화를 기획 제작해온 이익태 감독의 〈아침과 저녁 사이〉는 무료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청년의 일탈적 행위와 상징적 이미지를 결합해 파격적이고 모던한 영상미학과 당대의 현실에 대한 은유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70년대 독립영화에는 80년대 사회운동과 함께 움직인 독립영화들과는 다른, 청년문화 특유의 저항적 요소들이 담겨 있으며 이들 감독들이 추구했던 실험정신은 최근의 젊은 감독들에게도 여전히 큰 자극이 될 만하다”고 평했다.
양윤호 감독의 〈가변차선〉(1992), 김대현 감독의 〈지하생활자〉(1993), 임순례 감독의 〈우중산책〉(1994·오른쪽), 정지우 감독의 〈사로〉(1994), 김용균 감독의 〈그랜드 파더〉(1995)를 담은 2권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감독들의 패기를 엿볼 수 있는 초기작들이라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사로〉와 〈그랜드 파더〉는 90년대 대표적 영화 단체 가운데 하나인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만든 작품이며 평범한 노처녀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우중산책〉은 여러 국외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작품이다. 수록작품들의 감독들을 최근 인터뷰한 부록은 영화를 만들었던 당시의 시대적 공기나 감독들의 ‘초심’과 변화된 생각 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조영각 위원장은 “70년대 카이두에서 활발하게 영화를 찍었던 화가 김점선씨의 작품 등 옛 독립영화 발굴작업을 계속해 앞으로도 연작 형식으로 디브이디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혹의 기억, 독립영화〉는 한국독립영화협회(kifv.org)나 독립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indiedb.net)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2)334-3166.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한국독립영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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