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5.29 19:58 수정 : 2006.05.30 10:26

자본에 투항 현대인 은유
‘슈렉’ 만든 드림웍스 작 황정민·보아·신동엽 더빙

영화 ‘헷지’

31일 개봉하는 <헷지>는 드림웍스가 지난해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를 뒤집어 놓은 것같은 설정을 가졌다. <마다가스카>에서 도시 생활에 닳고 닳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야생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주축이 되는 반면 <헷지>는 자연 바깥의 문명 사회를 맞닥뜨린 동물들이 부닥치는 시련을 펼쳐놓는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동물 캐릭터를 빚어놓는 방식이나 곳곳에 문명 비판적 요소를 재치있게 배치해 성인 관객들을 웃기는 연출 전략은 <마다가스카>나 <슈렉>같은 드림웍스의 전작들을 따라간다.

1년내 식량을 모아 겨울이 되면 함께 모여 겨울잠을 자는 거북이와 다람쥐, 스컹크, 주머니쥐 부녀, 고슴도치 일가족에게 난데없이 너구리 한마리가 끼어든다. 이 대가족이 열매와 나무뿌리에 만족하고 사는 ‘시골쥐’라면 숲 속 밖 사람 동네의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사는 너구리는 ‘서울쥐’다. 겨울잠을 자던 곰의 비축식량을 훔치다 발각돼 잡아먹히게 생긴 너구리는 식량 벌충에 거북이 가족을 이용해먹기로 한다. ‘헷지’의 뜻은 울타리. 겨울잠을 깬 뒤 거북이 가족이 발견하는 울타리는 이들의 존재조건을 위협하는 문명의 방패막이라는 점에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를 연상시킨다. 또 택지 개발로 갈 곳을 잃는 동물들의 ‘생존투쟁’이라는 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닮았다. <폼포코…>의 너구리들이 인간과 싸우고자 하면서도 햄버거의 맛을 포기할 수 없었듯이 <헷지>의 동물들은 너구리 알제이가 던진 문명의 미끼를 맛보고는 ‘환장’한다. 지혜로운 거북이 번만이 알제이의 유혹을 의심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오히려 번을 미워하고 알제이가 안내하는 달콤한 문명 즉 과자, 콜라의 세계로 빠져든다.

<헷지>는 문명이 자연의 거처를 빼앗고 그 구성원이 속수무책으로 문명, 다시 말해 자본에 속절없이 투항하는 현대인의 삶을 은유하면서 성인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동물들의 시선에서 일과 다이어트, 전화기, 자동차 같은 문명적 행위와 이기들을 해석하는 장면들에 기지가 넘친다. 그러나 76분의 짧은 상영시간 탓인지 드림웍스의 전작들에 비하면 성인용 유머들은 좀 줄어든 편이고, 대신 티격태격하던 동물들이 화해하고 나쁜 마음을 먹었던 알제이가 회개하며 모두 힘을 합쳐 동물박멸업자와 싸우는 과정 등이 흡사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착하고 순박하게 펼쳐진다. <마다가스카>의 펭귄부대처럼 ‘개성있는 조연’의 활약이 부족하다는 것도 아쉽다.

브루스 윌리스(알제이), 록가수 에이브릴 라빈(주머니쥐 헤더) 등이 원작의 목소리 연기를 했고, 더빙판에서는 황정민(알제이), 보아(헤더), 신동엽(번)등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