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5.29 20:00 수정 : 2006.05.29 20:00

켄 로치의 ‘보리밭을 휘젓는 바람’ 황금종려상 수상

켄 로치 감독이 마침내 칸영화제의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막을 내린 제59회 칸국제영화제는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난니 모레티,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을 제치고 영국의 70살 노장 감독 켄 로치에게 황금종려상을 줬다.

67년 영화감독 데뷔 이후부터 변함 없이 노동 계급, 하층 계급을 지지해온 이 좌파 감독은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경쟁 부문에 10여차례 초청됐으나 감독상 등에 그쳤고, 한번도 대상을 받지는 못했다. 특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이번까지 여덟차례 초청된 끝에 그랑프리를 받음으로써 말 그대로 ‘7전8기’한 셈이다.

이번 수상작 <보리밭을 휘젓는 바람>은 1920년대 초반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을 다룬 영화로, <빵과 장미> <네비게이터> 등 노동 계층의 애환과 유머가 녹아 있는 켄 로치의 근작들보다 분위기가 훨씬 차갑다. 아일랜드의 한 형제가 영국 식민군의 횡포에 맞서 무장투쟁에 나서고, 자신들을 배신한 같은 마을 친구를 직접 처형까지 하면서 투사가 돼간다. 그러나 형제 간에도 좌파와 우파로 노선이 갈려 끝내 비극을 맞이하는 이 영화는, 켄 로치의 표현 대로 ‘지구 위에 끊임없이 존재하는’ 식민지 지배 구도의 비인간적이고 교활한 속성을 폭로하면서도 ‘폭력과 인간’에 관한 냉정한 고찰을 포기하지 않는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
아일랜드 독립투쟁 다뤄
“제국주의 반성해야” 소감

지난 18일 이 영화의 상영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로치는 영화속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현재 영국과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이라크전이 같은 성격의 전쟁임을 지적하면서 이라크전이 “어떻게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불법적 전쟁”이라고 말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에서는 “이 영화가 영국으로 하여금 과거 제국주의 역사를 제대로 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우리가 과거의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현재의 진실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칸이 켄 로치에게 황금종려상을 준 것은, 비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해온 그의 영화적 삶에 세계 영화인들을 대표해 바치는 헌사로 읽힌다. 심사위원장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은 이번 황금종려상의 결정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심사위원단이 “열정과 희망, 유대와 연대를 반영한” 영화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은 프랑스 브이노 뒤몽의 <플랑드르>가, 심사위원상은 영국 안드레아 아놀드의 <붉은 길>이 각각 받았다. 감독상은 멕시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이 받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는 초청되지 않았으며,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오른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의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