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8 21:24
수정 : 2006.06.1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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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낙원〉, 〈크레인, 제4도크〉, 〈산책〉, 〈십우도2-견적〉, 〈바라만 본다〉.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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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DVD로
‘낙원’ ‘십우도2’ 등 5편 수록
관조·다큐적 시선 한국사회 조명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5편을 묶은 디브이디가 나왔다. 이 디브이디의 의미는 단순히 수상작 모음집을 넘어선다. 이상이다. 서울독립영화제가 한국 독립영화계의 흐름을 대변하는 행사인 만큼 이 수상작들은 한해 독립영화계의 수확과 과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로 수록된 김종관 감독의 〈낙원〉(최우수작품상)이 지난해 최고의 독립영화라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라는 말이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가 된 김종관 감독의 〈낙원〉은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13분의 상영시간 동안 영화를 채우는 건 삶의 스산함, 조용히 퍼져나가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남녀 커플의 하룻밤과 다음날 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담았다. 대사는 전혀 없고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있는 밤조차 쓸쓸한 어둠만이 둘을 감싼다. 다음날 다리를 저는 남자는 버스 정류장까지 말없이 따라가고 화장한 여자는 버스를 타고 담배를 문다. 남자의 환상 속에서 버스 정류장의 여자 옆에 서 있는 작은 소녀는 그들이 지나온 순수의 시대를 보여주고 이 환상은 추레하고 지친 현실과 명암을 이룬다.
우수작품상을 받은 이지상 감독의 중편 〈십우도2-견적〉은 2003년 귀농 이후 자신의 삶을 일기처럼 디지털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직접 키운 감으로 곶감의 실을 끼우고 벼를 베며 장작을 패는 감독의 일상이 묵언수행처럼 롱테이크로 이어지고 여기에 끼어드는 건 늙은 오이를 씹거나 날벌레들이 앵앵거리는 소리와 검은 화면에 선문답처럼 이어지는 여자의 편지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읍내의 을씨년스런 밤풍경은 시골의 일상처럼 고요하지만은 않은 감독의 내면을 꾸밈없이 드러내준다.
두 영화가 영화적 ‘성취’로 평가받는다면 보는 재미가 즐거운 건 ‘관객상’을 받은 중편 〈바라만 본다〉다. 양익준 감독의 첫연출작이자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준호는 취미삼아 자신에게 사진을 배우는 성희를 좋아한다. 그는 성희와 함께 독립영화 감독인 선배의 촬영장에 스틸사진을 찍으러 간다. 그런데 성희와 ‘돈 많고 잘생긴’ 선배는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소심한 준호는 ‘바라만 본다’. 속으로만 끙끙거리던 준호가 성희와 선배, 그리고 다른 친구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에서 엉뚱하게 본심을 드러내는 반전이 상큼하고 귀엽다.
이 밖에 뇌출혈로 쓰러졌던 엄마와 딸의 덤덤하면서도 특별한 ‘모녀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산책〉(최지영 감독)과 노조원인 남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노조와 회사 사이에 낀 아내의 고통을 통해 죽음의 실존적 의미에 다가가는 〈크레인, 제4도크〉(이유림 감독) 등을 수록했으며 감독들의 인터뷰가 부록으로 들어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이트(siff.or.kr)에 들어가서 구입할 수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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