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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17:39 수정 : 2005.02.24 17:39

출발은 상큼했으나…

노부부에게 5~6살짜리 어린 딸이 하나 있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이었는데, 어느날 아침 어머니가 손목을 긋고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죽어 발견된다. 딸 에밀리(다코타 패닝)의 정신적 충격이 클 터다. 아버지 데이비드(로버트 드 니로)는 딸과 함께 뉴욕 근교의 전원주택으로 이사간다. 주민이 적어 한적한 그곳에서 에밀리가 조금씩 이상해진다. 벌레를 바늘로 찌르고, 인형의 눈을 후벼판다. 급기야 남자 아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찰리’라는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데이비드에게 말한다. 그리곤 집안에 고양이가 살해되고 끔찍한 내용의 낙서가 그려진다. 에밀리는 찰리가 한 짓이라고 말한다.

찰리가 누구일까? <숨바꼭질>은 찰리의 정체를 둘러싸고 관객과 추리 게임을 시작한다. 데이비드는 찰리를, 에밀리가 만들어낸 에밀리의 분열된 자아로 생각하지만 집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에밀리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진다. 이쯤에서 영화는 옆집 남자, 부동산 중계인 등 객관식 문제 답안의 가짓수를 늘려간다. 그러나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지켜가는 데에 실패한다. 관객이 독자적으로 추리해갈 수 있는, 함의가 풍부한 단서를 주지 못한다. 인물들의 사연이 더 드러나거나, 캐릭터의 질감이 두터워지지도 않는다. 찰리가 누구냐에 따라 영화의 감흥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누구냐를 가지고 벌이는 추리 게임은 공허하기 십상이다.

영화는 뜻밖의 반전을 연출하지만 그게 남다른 감흥까지 동반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앞에서 그 반전과 정서를 이을 수 있는 연결고리들을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밀하지 못한 대다수 추리물이 그렇듯, 결말은 쫓고 쫓기며 몸이 부닥치는 액션이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아이엠 샘>의 다코타 패닝, 그리고 <시암 선셋>을 연출한 존 폴슨 감독이라면 당연히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 영화의 출발도 깔끔했지만 뒤로 가면서 기대치와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25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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