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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Der Untergang / The Downfall, 독일,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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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장장 두 시간 여 동안 유대인 학살의 기획자, 전쟁광, 나치 원흉으로 알려진 히틀러가 아닌 인간 히틀러, 그리고, 히틀러에 의해 자만과 폭력, 절대복종과 권력에 길들여 진 나치지도자들이 얼마나 미쳐있었는지 그들의 집단광기의 현장을 영화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인간 히틀러는 수전증이 있는 노쇠한 늙은이, 공포에 떨기도 하고 측근들과 농담을 즐기며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 애쓰는 인간, 부인 에바와 여비서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작은 보답에 감격해하거나 눈물짓는 인간으로 보여 진다. 그리고, 종말로 치닫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며 지하벙커에서 술과 권력에 취해있는 나치 지도자들. 자신의 아이들에게 독약을 먹여 죽이는 선전부 장관 괴벨스와 그의 부인, 패배 앞에서 히틀러 만세를 외치며 자살하는 군인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히틀러를 짝사랑했던 여비서 트라우들 융에의 회고로 시작해서 그녀의 회고와 함께 끝이 난다. 그녀는 영화 마지막에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단지 호기심으로 히틀러의 개인비서를 자원했고 전쟁이 끝난 후 전쟁범죄인을 처벌하기위해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재판을 보면서도 이 거대한 범죄와 자신의 과거를 연관 짓지 않았다. 그 범죄에 대해 개인적인 범죄는 없었다고 자신을 안심시키며. 하지만 어느 날 길을 지나던 중 소피 숄이라는 여인의 기념비를 보게 되고 자신이 히틀러 편에 섰던 그 해에 여인이 처형당했음을 알고 깨닫게 됐다고. 젊음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 진실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작자 베언트 아이힝거의 말처럼 영화에서 보여 지는 히틀러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불쌍하고 초라해 보이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런 평범한 인간인 그가 야수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나 역시 언제 그런 야수로 돌변하게 될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갖게 해주었다. 누구나 히틀러와 같은 야수가 될 수 있으며 나치 지도자들 처럼 권력에 의해 파괴와 파멸로 치닫는 집단광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제작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비판했듯이 위험한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에는 권력과 절대복종에 길들여진 나치지도자들의 집단광기가 파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 할 수 있었지만 그 광기의 중심에는 히틀러가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보여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당히 유감스러웠다. 전 세계주민들이 하나 되는 축제라는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들을 보며 그들의 열광을 국가주의와 자본이라는 권력에 길들여진 집단광기로 매도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열기가 전 세계주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평화와 축제의 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볼 뿐이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집단열정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고통을 나누기위해 애쓰고 있는 여러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 열정이 단순히 집단광기가 아니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가 하나되어 외치는 대~한민국이 진정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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