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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정혜'에서 호연 펼친 김지수 오는 3월 개봉을 앞둔 영화 '여자, 정혜'에서 호연한 김지수. '여자,정혜'는 한 여성이 아픔을 딛고 사랑을 만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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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영화가 해답을 줄 수 있을까? 무표정 속에서 속시원한 결론을 보여주고는있지 않지만 영화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묘한 매력을 담고 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여자와 그녀의 가슴 속에 묻혀 있는 상처를 담담하게 그려내던 이 영화는 희망의 희미한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정혜에게도 사랑이란 보이지 않을 듯 희미해 보이는 가능성 같은 것이다.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들과 엄마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녀. 사람들은 그녀가 불행할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사실 과거는 고통이라기보다는 그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 혹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가능성을 막고 서 있는 어떤 것들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황정민)가 그녀의 일상에 끼어든다. 작가 지망생인 그는 자신의 원고를 부치기 위해 정혜의 우체국을 찾는다. 정혜는 그에게 묘한 설렘을 느끼고 용기를 내서 말한다. "저희 집에 오실래요?" 언뜻 보기에 단조롭고 평범해 보이지만 영화는 우리 일상 속에 공존하는 불안과 폭력, 그리고 행복과 희망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자극적인 영화보다도 더 진한 울림을 준다. 특히 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과거의 슬픔과 고통이 분출되는 후반부는 극장 문을 나서고 나서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공감 속에 강한 울림을 주는 것은 주인공 정혜를 연기하는 여배우 김지수의 힘과 100% '들고찍기'로 촬영해 순간 순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카메라의덕이 크다. 특히 그동안 TV 드라마에서 개성을 드러내지 못했던 김지수라는 배우를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 보게 되는 것은 관객으로서도 큰 기쁨이다. 단편 '우리 시대의 사랑'을 만들었으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던 이윤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나쁜 남자' 등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과 `주홍글씨'(변혁) 등을 만든 LJ필름이 제작을 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8분.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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