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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의 다른 아름다운은 그 영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화면분할,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어가는 카메라, 절제된 편집 등. 외국의 여러작가들의 영화에서 배우기는 했지만 결코 모방하지 않은 독창적인 세계가 열린다. 예술영화는 아니지만 나름 대중들의 취향과 선호를 흡인하는 영화다. 이런 흡인력뒤에는 역시 영화의 실제 주인인 미술, 촬영, 조명 스탭들의 노고가 있다. 흔히 영화는 예술영화와 대중영화로 구분되며 스탭들의 실력도 예술성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고 수상도 한다. 하지만, <짝패>와 같은 대중영화에서도 스탭의 중요성과 실력은 여실히 드러나며, 이번 영화에서는 몇 가지가 돋보인다. 우선, 각종 도검류, 의상, 격투씬의 설치 등에서의 준비가 뛰어나서 영화에서의 싸움과 충돌의 사실감과 긴박갑을 높이고 있다. 둘째, 촬영면인데, 영화가 끝나면서 올라오는 크레딧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실감있는 촬영을 위해 카메라와 조명이 대량으로 동원되었고 그 효과는 박진감있는 액션씬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도입부의 몽타쥬를 사용한 일련의 컷, 중반부의 싸움씬에서의 내려찍기, 영화후반부의 연속으로 문이 열리는 씬 등은 관객에게 일정한 효과를 가져오며 예술성까지 보인다. 이런 결과도 스탭들의 협조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짝패>는 유승완 감독이나 주연의 카리스마보다는 여러 영화구성원의 협력과 어울림이 그 진가를 더 발휘한 영화다. 어떤 평론가들은 히치콕같은 감독을 예로들며 감독의 천재성과 역량을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또 다른 평론가들은 스타급 배우나 제작자의 능력만을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영화는 다른 집단적 노력의 결과물이 그렇듯이 스탭과 다수 연기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오늘자 일간지를 비롯하여 최근의 신문을 보면 안성기, 최민식, 장동건 같은 스타배우들의 스크린쿼터축소 반대 1인시위며 통곡이 장식을 했다. 그리고, 어느 배우는 청와대와 한미FTA협상단을 향하여 마치 자신의 생존권이라도 걸린듯이 반대의 절규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 반대가 자신들의 집단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향하면 참 좋겠다고. 4대보험혜택, 8시간근로, 주말휴무, 야간휴식 등 기초적인 근로조건도 누리지 못하면서 오직 젊음과 장신정신으로 버티는 영화스탭과 단역연기자들의 노동조건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반대를 외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스크린쿼터 축소로 자신들의 그 거대한 밥그릇에 얼마나 금이 가겠는가? 한 달에 1백만원 밖에 못 받는 대다수 영화 스탭들의 밥그릇도 한 번 쯤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 <짝패>의 또 다른 미학은 폭력의 수사이다 <짝패>를 관류하는 이념형(Ideological Type)은 폭력이다. 폭력이 아름답고 재미있게,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일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짝패>의 무대가 된 온산이라는 도시에서는 일상적으로 고문과 살해, 칼부림, 철거, 싸움이 일어난다. 그런 폭력의 일상으로의 침투, 곧 일상화는 실제세계를 폭넓게 특징짓기도 한다.폭력은 단지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단면으로 자리잡았고 그것은 현대인의 정신풍경이기도 하다. <짝패>에서도 폭력은 단지 현상적 눈요깃거리를 넘어서 거칠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캐릭터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며, 온산이라는 무대에서 시행되는 재개발과 철거를 보여주고 그 유의미성을 담보해내 영화상의 장치이자 코드이다. 폭력은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보여지며 인간과 세계의 이면에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그 상징성은 세계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짝패>가 스탭들의 영화라는 점이 <짝패>의 미학인 "폭력"을 대중적으로 구현하도록 기여한 것 같다. 소수 귀족같은 이들의 고귀한 영화가 아니라 현장에서 찬 비와 찬 바람을 맞는 이들의 영화여서 <짝패>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화 되었으나 일면 당연시 되는 폭력적이고 거친 세상의 결을 구현해 낸 것 이다. <짝패>는 폭력을 통해서 현상적 폭력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세상의 상징적 폭력성까지 성공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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