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3 19:12
수정 : 2006.07.03 19:12
‘스물 아홉에 증후군’에 빠진 네 명의 남자
서른이 된다고 갑자기 인생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서른을 눈 앞에 둔 스물 아홉, 마음은 폭풍을 만난 호수처럼 불안하다. 마음이 요동치면, 평온하던 일상에도 균열이 생긴다. 제2의 사춘기, 이른바 ‘스물 아홉 증후군’이다.
자국영화 비율이 13%를 넘지않는 이탈리아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브리엘레 무치노 감독의 <라스트 키스>는 ‘스물 아홉 증후군’을 앓는 남자들의 일탈을 그린 발랄한 코미디 드라마다.
빠지지 않는 인물, 학벌, 직장에 아름다운 동거녀 줄리아(지오반나 메쪼지오르노)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카를로(스테파토 아코르시)는 서른을 한달 앞둔 스물 아홉살이다. 하지만 줄리아의 임신 소식을 접한 카를로의 표정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서른이 됨과 동시에 유부남, 아버지가 되어 자유로운 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압박을 느끼는 것. 또 친구들 가운데 가장 먼저 결혼한 아드리아노(조르지오 파조띠)는 아이를 낳은 뒤 극성스러워진 아내에 대한 불만으로 가정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실연의 상처로 가슴앓이를 하는 파올로(클라우디오 산타마리아)와 바람둥이 알베르토(마르코 코치)도 판에 박힌 일상을 뛰쳐나가려 고심한다.
동갑내기 철딱서니 친구들은 이렇게 아슬아슬 위태로운 스물아홉을 맞는다. 이때, 카를로에게는 열 여덟 프란체스카(마르티나 스텔라)가, 다른 세 친구에게는 캠핑카 여행이 불안을 달랠 ‘유혹’으로 다가온다. 불안과 유혹은 일탈을 도발한다. 하지만 <라스트 키스>의 결말까지 도발적인 것은 아니다. 카를로에게 ‘일탈’의 결말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으로부터의 회피’가 아니라 ‘그 동안 누려왔던 것과의 결별’이었고, 이를 깨달은 그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친다. 끝까지 일탈을 밀고나가는 세 친구의 동기도 카를로와 본질은 같다. 아드리아노의 일탈은 일상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휴식이고, 짝없는 파올로와 알베르토의 일탈은 자아를 찾고 제 몸에 맞는 일상을 찾으려는 시도에 가까워 보인다. 6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백두대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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