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0 20:57
수정 : 2006.07.10 20:57
일본 독립영화계 대표배우‘징기스칸’ ‘녹차의 맛’ 출연
무표정하지만 강한 존재감
한국 온 아사노 다다노부
무표정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얼굴과 연기로 한국 팬들에게 사랑받아온 아사노 다다노부(33)가 내한했다. 1일 개막한 일본 인디필름페스티벌을 기념해 6일 한국에 도착한 아사노는 오시마 나기사, 기타노 다케시, 아오야마 신지, 구로사와 기요시 등 작가주의 감독들과 주로 작업해온 일본 독립영화의 대표적인 젊은 배우. 일본에서도 주류 영화계의 ‘스타’와 거리가 먼 배우생활을 해온 그는 7일 행한 인터뷰에서 “몇년 전부터 한국 팬들이 메일을 보내거나 내가 참여하는 밴드 공연에 오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한국에 와서 본 팬들의 호응에 꽤 놀랐고 왜 내가 인기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서늘한 눈매에 웃음을 머금었다.
10여년 동안 찍어온 영화 가운데 최고의 대작이 될 다국적 영화 〈징기스칸〉의 징기스칸 역을 맡아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말 타는 것도, 액션 연기도 처음이라 정신없기는 하지만 감독(세르게이 보드로프)과 호흡이 잘 맞아 즐겁고, 특히 정두홍 무술감독이 무술 지도를 할 때 연습하는 모습을 꼼꼼히 촬영해 그 자리에서 직접 모니터를 보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해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덜 힘들다”고 말했다.
〈징기스칸〉의 러시아 감독을 비롯해 대만의 허우샤오셴, 타이의 펜엑라타나루앙 등 외국 감독과도 많은 작업을 해온 그는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싶어서 외국 감독들과 만날 기회가 남보다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어릴 적 꿈을 일을 통해 이뤘다는 점에서 배우는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영화의 출연 제안을 받지는 않았지만 제안이 들어오면 해보고 싶다. 단 〈징기스칸〉을 찍으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기 때문에 꼭 일본인 역으로 캐스팅해주길 부탁한다”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이번 필름페스티벌의 최고 인기작 가운데 하나인 〈녹차의 맛〉에서도 예의 심드렁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의 연기를 보여준 그는 “연기를 할 때 특별히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리듬에 맞춰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아사노는 “살인자를 연기해도 사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러니까 살인 연기를 하고 나서 빨리 안 끝나나, 라면 먹으러 가고 싶다는 등의 생각을 하기도 한다(웃음). 물론 감독에게 집중 안한다고 야단을 맞을 때도 있지만 또 이런 연기가 오케이를 받기도 한다”고 자신의 연기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연기뿐 아니라 밴드 활동도 오랫동안 하고 또 직접 단편영화도 만들어온 그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감독을 꼭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사노는 〈징기스칸〉 촬영이 끝나면 〈헬프리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등을 함께 찍었던 아오야마 신지와의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가게 된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서지형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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