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10 20:58 수정 : 2006.07.10 20:58

키핑 멈

한적한 시골 마을의 목사 월터(로언 앳킨슨)는 착하기는 하지만 구제불능처럼 보이는 ‘하품 유발자’다. 주일에는 따분하기 그지없는 설교만 늘어놓고, 집에서는 ‘밤일’에 무관심하다. 월터의 가족들도 저마다 문제를 떠안고 산다. 아내 글로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골프 선생 랜스(패트릭 스웨이지)와 바람이 난 상태고, 일찍 성숙한 딸과 숫기없는 아들은 학교에서 각각 소문난 바람둥이와 왕따다.

〈키핑 멈〉(감독 니올 존슨)의 가족들은 도무지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앞에 입주 가정부 그레이스(매기 스미스)가 ‘주의 은총’처럼 등장하면서 상황은 놀랍게 개선된다. 시작은 미미했다. 미친듯이 짖어대던 옆집 개가 자취를 감추고 글로리아는 실로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다. 이어, 아들을 왕따시키던 학교 친구들을 비롯해 가족을 괴롭히거나 장차 가족에게 해가 될 만한 이웃 사람들이 하나둘씩 종적을 감춘다.

‘주의 은총’은 ‘마법’과도 같다. 하지만 〈키핑 멈〉은 판타지가 아니라 블랙코미디다. 마법처럼 월터 가족의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그레이스는 인정 많은 마법사가 아니라 가차없는 연쇄살인범이다. 다만, ‘블랙’보다는 ‘코미디’ 쪽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에, 〈키핑 멈〉의 연쇄살인은 블랙유머의 평균 수준보다 훨씬 더 긴장감을 덜어낸 웃음을 선사한다. 섬뜩한 흉기 대신 다리미와 프라이팬이 살인도구로 등장하고,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 매기 스미스도 특유의 냉랭한 표정으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섬뜩하다’기보다는 ‘천연덕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또 우리에게는 ‘미스터 빈’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코미디 배우 로언 앳킨슨이 ‘몸’을 쓰는 대신 ‘상황’에 의지해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나, 로맨틱 스타 패트릭 스웨이지가 기름기 뚝뚝 떨어지는 느끼남으로 변신한 것처럼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진 배우들의 변신도 블랙코미디에 썩 잘 들어맞는다. 14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미디어 소프트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