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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1 14:27 수정 : 2006.07.11 14:27

생각하는 사람 :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 거지?

“왜 나는 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이 나는 걸까?” “도무지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구분하지 못하겠어.” “내가 보다가 졸았던 영화는 왜 영화제에서 저렇게 상을 많이 타는 거지?” “아니, 왜 저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3류’라는 거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고르는 방법을 잘 모르고, 또 영화를 만났을 때에도 성의를 들이지 않아 조금만 신경 써도 얻을 수 있는 감동을 놓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가벼운 ‘여가활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여가활동으로서의 역할을 영화가 크게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자기소개서를 쓸 때 취미가 영화감상이라고 적을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만큼 영화가 대중적 위치로 자리 잡았다는 것인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영화에는 여가활동의 역할만 하는 영화와, 부지런한 성찰과 준비가 필요한 영화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관은 단순히 데이트나 외출을 할 때마다 당연히 가줘야 할 장소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영화를 보기 전엔 아주 작더라도 준비가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들이 몸에 배면 점점 영화를 고르는 방법을 알게 되고, 영화를 만났을 때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를 잘 보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주 많겠지만 대략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영화는 되도록 영화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자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전통윤리 시간에 현대인들의 문제점을 다룬 조별 연극 발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조가 ‘영화’를 소재로 표현했다. 현대인들은 사치를 많이 한다며 영화를 볼 때 팝콘 대신 강냉이를 먹어야 하고 영화관에 가서 보는 대신 집에서 비디오로 보자는 내용이었다. 나는 ‘엥?’ 하고 놀랬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것을 아깝게 여기는 것 같다. 영화가격을 아끼기 위해 조조영화를 볼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고 여러 카드 회사에 가입돼있지 않은 이상 6,000원은 주고 봐야하니 고작 2시간에 6000원을 버리느니 차라리 PC방을 6시간 하겠다며 영화 티켓 값을 아까워한다. 이런 태도로는 영화를 보는 것이 오히려 시간낭비일 것이다. 작품의 질이 좋다면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성능에 좌우될 이유가 어디 있겠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는 ‘영상’과 ‘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다. 당연히 영상을 실감나게 담아줄 큰 스크린과 효과적인 음향을 전달할 장비가 있어야 한다. <살인의 추억>을 영화관에서 세 번이나 보았는데도 늘 비슷한 감동을 받았지만 후에 집에서 비디오로 보다가는 자버렸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쁘다보면 정말 보겠다고 다짐한 영화가 간판을 내리기도 하고 부모님 세대가 좋아했다는 영화들을 볼 땐 영화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영화의 절대적 조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절대적 조건이라고 할 만하다.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이며, 흐름이 중요하다. 차라리 절반은 오늘 보고 나머지는 이어서 내일 보는 것은 그나마 낫다. 그러나 영화관 시작 시간에 늦어서 앞부분 10분을 놓치거나 3분의 2를 보았으니 이 영화를 대충 이해했다고 생각해서 안 봐도 그만이라고 이어 보는 것을 무기한 미루는 것은 굉장히 좋지 않은 태도이다.

나는 그래서 영화채널을 싫어한다.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의 등장으로 전문채널들이 생겨나면서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영화가 하나의 채널로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인정하지만, 그 채널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 대한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속상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를, 그 영화의 줄거리 진행이 어느 정도 됐는지도 모른 채 영화를 보기 시작하다가 재미가 없으면 또 채널을 돌려버린다. 20분정도 봐도 그 영화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다.

2. 영화의 성격을 파악하자

사람마다 성격이 있듯, 영화에도 성격이 있다. 영화의 성격을 파악하면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괜히 불쾌할 이유가 없다. 사전에 조사를 끝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예고편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고편에 속아 땅을 쳤던 사람들,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 중에도 분명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영화 예고편이라는 건, 단순히 영화를 미리 알리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최대한 많이 동원하는 데에 가장 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왜곡과 과장의 요소가 있는 것이다. 고로, 영화 예고편을 통해 영화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아주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감독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다음에 출연한 배우의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감독과 배우의 성향을 종합하여 예고편과 함께 생각하면 영화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영화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면 영화를 어떤 자세로 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오락의 기능만을 하는 영화라 심오한 메시지 없이 배우들의 대사와 표정과 에피소드를 따라 관객을 웃기는 것이 목적인 영화라고 판단되면 그 영화가 갖고 있는 기능에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영화에 대해 사전적인 성격 파악을 끝내지 않고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3류 쓰레기, 웃기기만 한다고 영화냐”고 화를 내며 혼자 괜히 불쾌해질 수 있다. 또 반대로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영화인데 그것을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게 되면 “난해하다”, “있는 척 한다”고 욕할 것이다.

3.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선 긴장하자

내가 빠삭하게 알고 있는 주제만 영화에 등장하면 얼마나 신이 나겠나. 그러나 이따금씩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주제로 만든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바짝 긴장해야 한다. 이것을 ‘거리 두기’라고 말한다.

영화라는 것은 솔직히 굉장히 위험한 미디어다. 움직이는 영상과 이어지는 스토리로 관객의 눈을 2시간 동안이나 스크린에 빼앗아 두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의 설득력만 있어도 관객들을 영화 편으로 끌어올 수 있다. 영화의 대중성을 위해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희생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여 관객들에게 관철시키고자 하기도 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주제의 영화라고 한다면 이 두 가지 상황은 모두 위험하다. 아직 나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설득력 있는 영화 한 편으로 모든 것이 결정나버리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중의 생각에 동일화될 테고, 후자의 경우에는 감독만의 생각에 흡수돼버릴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서 긴장해버릇하면 영화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영화를 비판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고, 이것이 몸에 배면 내가 잘 아는 주제에 대한 영화를 볼 때에도 영화를 나만의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영화감상 후, 평론을 많이 읽어보자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그 영화와 관련된 믿을만한 평론을 읽어보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영화평론가들은 영화를 보고 평가하여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영화를 주마간산으로 볼 수 있는 노릇이 안 되고 각 영화만의 핵심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를 가장 성의 있게 보는 관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평론을 통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영화의 가치를 찾기도 하고, 내가 느꼈던 감동을 되새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평론가들의 평론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어떤 글은 “뭐 이딴 영화평이 다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불성실하다. 또 평론가의 논리에는 오점이 없지만 나와 해석하는 것이 다르거나 관점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한 영화에 대해서 나와 다른 평가를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의 영화해석이 그르고 자신의 영화해석이 옳다고 생각될 때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더 다듬고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굉장히 필요한 과정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영화를 보기 전 시사회를 다녀온 기자 등의 평론을 읽게 되면 자기 스스로 영화를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힘들다는 것. 반드시 영화감상 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야한다. 글을 써 본다면 더욱 좋겠다.

5. 본 영화를 두번 이상 감상해보자

어떻게 본 영화를 두 번이나 보냐고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봤던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잘 만들어진’ 영화일수록 더 좋다. 영화가 이야기의 발단을 전개시키며 위기와 갈등을 통해 절정으로 끌고 가 마무리를 하는 과정이 얼마나 탄탄한가에 따라 잘 만들어진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로 나눌 수 있는데, 잘 만들어진 영화는 처음에 보았을 때 느끼지 못했던 탄탄한 구성력을 두 번째부터 느낄 수 있다.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대사들과 장면들이 이야기 여러 군데에서 복선을 이루고 있고, 얼마나 철저한 고민과 계획으로 제작되었는지 알게 되면서 처음 보았을 때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난 <살인의 추억>과 <사운드 오브 뮤직>과 <아멜리에>, <비포 선라이즈>, < GO >, 그리고 장진의 여러 영화 등에서 이런 감동을 느끼곤 한다.

반면 서툴게 만들어진 영화를 두 번 보면 주인공의 태도가 아무런 이유 없이 초반부와 결말부의 태도가 달라진다거나 불필요한 장면들의 지나친 범람 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영화의 구성력과 복선에 감동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영화를 볼 때에도 영화가 주는 복선을 금방 잡아내고 구성력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어 영화를 즐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영화는 우리 생각과는 달리 마냥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쉬운 문화 활동이 아니다. 그 어떤 것보다 철저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복습 또한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서는 또 안 된다. 영화에 대한 준비를 하는 까닭은 영화가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이다.

생각 같아선 나는 이 방법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영화를 고르겠다는 욕심을 갖자”는 것이다. 그 욕심 하나만 있다면 다른 어떤 지침이 필요 없이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해 스스로 적극적인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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