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가 이곳에서 한국영화 특별전에 초청됐다. 원래 계획은 없었지만 '사마리아'의 일본 배급사가 끈질기게 설득해와 일정을 조절했다. 도쿄에서 ('사마리아'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유바리에 왔다. 이곳(유바리)도 춥지만 '활'을 찍을 때의 영종도에 비하면 춥지도 않은 편이다.와 보니 경치가 멋있어서 기분이 좋다. (영화제가) 크기에 연연하기보다 내실있게꾸려지는 게 보기 좋다.
--'활'은 왜 이렇게 '조용히' 촬영했나?
△알렸어도 (춥고 멀어서 현장에 기자들이) 못왔을 것이다.(웃음) 그다지 언론에 알려지는 게 싫었다. 전화도 안 받았다. 마케팅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화는 그 자체로 보여지는 게 좋다. '실미도' 같은 영화로 '9시 뉴스'가 광고판이 돼가는 현실에 염증을 느낀 탓도 있다. 앞으로도 언론 인터뷰는 되도록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인터뷰를 하면 내 생각이 영화 외적으로 자꾸 되풀이된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에 대해 좀 더 소개해달라. 배는 영화에서 어떤 장소인가?
△노인이 소녀를 데려다 키우면서 외부와 접촉을 막는 장소이다. 노인은 육지를왕래하지만 소녀는 배에서만 지낸다. 배에는 소녀를 위한 그네도 있다. 활도 노인이외부 청년들을 막는 도구다. 더 자세한 얘기는 영화를 보면서 하는 게 좋겠다.
--'활' 이전에 총을 소재로 한 다른 프로젝트도 있지 않았나?
△총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몇 가지 문제도 있어서 일단 제작이 미뤄졌다. '활'은 1999년부터 준비했던 프로젝트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왠지 만들고 싶더라.
--전작들과 달리 처음으로 컴퓨터 그래픽(CG)이 사용됐다던데. △목조선이 바다 속에 빠지는 장면인데 주위에서 (촬영을) 말렸다. 날도 너무추웠고 현지에 하나밖에 없는 목조선이라 직접 빠뜨리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생각했다. CG가 한 장면에서만 쓰이는 까닭에 너무 튀어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해 주요 영화제에서 두 차례(베니스, 베를린)나 감독상을 탄 뒤 만든 첫작품이다.혹시 다음 영화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전혀 신경을 안 썼다. 영화제는 감독에게는 휴식처일 뿐이다. 감독이 영화제만 자꾸 가면 아이가 된다. 베니스 이후 오히려 상상력은 넘치고 있다. 지금도 10여개의 프로젝트가 머리 속에 들어있다.
--'활'의 국내 개봉일정은 잡혀 있나?
△아직 잡혀 있지 않다. 국내 판권을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배급해 단관에서만 상영할 생각이다. 내 영화는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기존의 배급 시스템에서 개봉하면손해를 피할 수 없다. 1개 관에서만 상영을 하되 첫주는 7천원, 둘째주는 1만4천원식으로 가격을 변동시킬 생각이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시사회 때 돈을 내고 영화를 보게 하겠다.
--언론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느끼는 게 의외다. '빈 집' 때는 호평이 대부분이지 않았나?
△물론 평이 좋았다. 하지만 평에 관한 얘기는 아니다. 내 영화에 대한 비판은 괜찮다. 책임감 있는 리뷰가 나왔으면 한다는 소망을 말한 것이다. (유바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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