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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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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7일(현지시간) LA 할리우드 코닥시어터에서 진행된 제77회 아카데미시상식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상식 중반까지는 <에비에이터>가 여우조연상(케이트 블란쳇)과 촬영상, 편집상 등 5개 상을 받으면서 장악하는 분위기였으나 막판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모두 평정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74)의 ‘필생의 역작’이라는 평을 받은 감동적인 복싱 드라마<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까지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연출과 연기까지 도맡았던 이스트우드는 93년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상을 손에 쥐었고, 여자 복서로 열연을 펼친 힐러리 스왱크는 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 이어 또 다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한번도 오스카상을 타지 못했던 모건 프리먼은 네 번째 도전끝에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애초 <에비에이터>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렇게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가져간 것은 다소 의외다. 결국 마틴 스코시즈는 감독상 6전 6패 기록을 세우게 됐고, <에비에이터>는 촬영상, 의상상, 미술상 등 기술적인 부문 4개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밖의 부문에서는 거의 이변이 연출되지 않았던 것도 이번 시상식의 특징이었다. 남우주연상에는 강력한 후보였던 <레이>의 제이미 폭스가 뽑혔고, 각본상에는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과 짐 테일러가 예상대로 선정됐다. <인크레더블>도 장편애니메이션 수상작으로 미리부터 점쳐졌던 대로 트로피를 가져갔다. 외국어영화상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바다 속으로>(스페인)에게 돌아갔다.
한국감독으로서 최초로 오스카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박세종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버스데이 보이>는 수상에 실패했다.
<씨네21>
[씨네21] 아카데미 특집
여우주연상‘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웽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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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제77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힐러리 스웽크가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축하를 받고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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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웽크(31)가 제7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 이어 두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스웽크는 복서에 도전하는서른 한살의 웨이트레스를 맡아 단단하면서도 페이소스 짙은 연기를 펼쳤다.
그는이 연기로 지난 1월에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영화 부문)도 거머쥐었다.
등이 깊게 팬 푸른색의 드레스를 차려입고 나온 스웽크는 수상 소감에서 "내가무슨 착한 일을 해서 이렇게 상을 받게되는지 모르겠다.
난 아카데미에 큰 빚을 졌다"며 감격해했다.
1974년 미국 네브래스카 링컨주에서 태어난 스웽크는 9세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처럼 실제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은 그는 1994년 수천명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영화 '넥스트 가라테 키드(The next karate kid)'에서부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에게 다시 올 수 없는 영광을 안겨준 영화는 1999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티나 브랜든이라는 남장 레즈비언에게 일어났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는 남자로 변장한 채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비극의 여인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에 아카데미는 2000년 혜성처럼 나타난 그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며 그를스타덤에 올렸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의 그의 연기는 1993년 더스틴 호프먼이'투시'의 여장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데 이어 두번째로 아카데미에서 각광 받은 '성(性)역할 바꾸기'였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스웽크는 복싱을 통해 지난한 삶의 탈출을 꿈꾸는 매기를 맡아 크랭크 인 전 6㎏의 근육을 늘리는 등 혹독한 훈련을 거듭했다.
애초 이역은 산드라 블록과 할리 베리 등이 탐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스웽크의 가능성을 선택했다.
그는 이밖에 '기프트' '인썸니아' '코어' '어페어 오브 더 넥클리스'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남우주연상‘레이’의 제이미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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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레이"와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열연해 각각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게된 제이미 폭스와 힐러리 스왱크가 같이 포즈를 취히고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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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음악의 대부 고(故)레이 찰스의 일생을 그린 '레이'에서 레이 찰스 역으로 열연한 흑인배우 제이미 폭스가 유력한 경쟁자였던'에비에이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제치고 제77회 아카데미 영화상 남우 주연상을 차지했다.
그의 이번 수상은 1963년 '들에 핀 백합'의 시드니 포이티어, 2002년 '트레이닝데이'의 덴젤 워싱턴 이후 흑인 배우로는 세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다.
한편 이날 남우조연상 역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에게 돌아가 아카데미가 이제는 '인종의 벽'을 완전히 허물었음을 느끼게 했다.
폭스는 무대에 올라 생전에 레이 찰스가 했듯 "오~"를 리드미컬하게 선창하며객석이 따라하도록 유도했다.
'레이'와 함께 '콜래트럴'로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여러모로 기쁜 날을 맞이한 그는 수상 소감에서 "어려서 처음으로 연기 지도를해주신, 지금은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너무 감사드린다.
오늘밤 할머니를 뵙고 싶다"며 감격에 울먹였다.
1967년생인 폭스의 연예계 데뷔는 스탠딩 코미디였다.
클럽 무대를 거쳐 91년부터 94년까지 '리빙 칼러(In Living Color)라는 TV쇼에 이런저런 역으로 출연한 그는이 시절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흉내를 잘 냈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쇼 '제이미 폭스 쇼'에서부터. 숱한 고생 끝에 바닥에서탈출한 그는 이 쇼에서 노래 작곡 시나리오 연출 등 1인 다역을 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재능을 뽐냈다.
와중에 간간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1999년 '애니 기븐 선데이'에 미식 축구 선수로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이어 '콜래트럴'에서 톰 크루즈와 호흡을 맞추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렇듯 연기자로서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밟아온 그는 '레이'에서 드디어생애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를 만난다.
폭스가 '레이'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음악 감각 덕이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운 그는 피아노를 특기로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여기에 코미디언 시절 다진 천부적인 순발력에 흑인이라는 장점(?)으로 시각 장애 가수이며 연주자인 레이의 겉모습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재현할 수 있었다.
그는 '레이'에서 고통과 환희가 뒤섞인 레이의 내면까지 인상적으로 펼쳐냈다는평을 받으며 아카데미에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을 수상했다.
클럽 스탠딩 코미디언에서 출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쥔 흑인 배우 폭스의 인생역전은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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