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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감독·여우주연·남우조연상 ‘알짜’ 석권
‘아카데미용’ 출품 스코시즈감독 5전5패 고배
단편애니 첫 후보오른 박세종씨 아쉽게 탈락
여성 권투선수의 옹골찬 주먹이 거대한 항공기를 격추시켰다. 여성 권투선수의 꿈과 좌절을 그린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비행기광이었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엮은 <에비에이터>의 2파전으로 모아졌던 제77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반면 11개 부문에 최다 후보를 올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에비에이터>는 촬영상, 편집상, 의상상, 미술상, 여우조연상 등 가장 많은 트로피를 받았지만 ‘알맹이’는 모두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노장 대 젊은 감독의 대결로 펼쳐지던 여느 해와 달리 노장 대 노장의 대결이 눈길을 끌었던 올해 63살의 마틴 스콜시즈가 76살의 ‘백전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무릎꿇은 것이다. 한국인으로 처음 아카데미상 후보(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올랐던 박세종 감독의 <버쓰데이 보이>는 캐나다 크리스 랜드레스 감독의 <라이언>에게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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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아주기 벗어난 수상결과 시상식 전 <에비에이터>는 이번 아카데미의 최고 기대작이었다. 시상식 초반 미술상, 의상상, 여우조연상(케이트 블란쳇)을 차례로 받으며 순풍에 돛단듯이 수상행진을 이어갈 때만 해도 <에비에이터>는 올해의 주인공을 따놓은 듯 보였다. 아카데미는 전통적으로 한 작품 ‘몰아주기’ 현상이 뚜렷했던 탓이다. 지난해에도 <반지의 제왕 3:왕의 귀환>은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등 11개 부문에서 ‘싹쓸이’를 했다. 그러나 여우주연상이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욍크에게 돌아갈 때만 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에비에이터>는 수많은 내기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스카 등정 마지막 발걸음에서 와르르 무너지고야 말았다. ■ 5전 5패 고배를 마신 스콜시즈 감독
<에비에이터>의 마틴 스콜시즈 감독이 과연 감독상을 수상할까는 이번 시상식의 최대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작품과 달리 <에비에이터>를 매끈한 ‘아카데미용’으로 완성했다는 평은 그의 수상을 거의 확실시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글로브와 감독조합상 등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고배를 마시며 수상가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결국 올해도 고배를 마셨다. 그는 지금까지 <분노의 주먹> <예수 최후의 유혹> <좋은 친구들> <갱스 오브 뉴욕>으로 4번이나 오스카 감독상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마했다. 이번 결과로 그는 알프레드 히치콕, 로버트 알트만과 함께 아카데미에서 5전 5패한 감독으로 기록됐다. 게다가 80년에는 <분노의 주먹>이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보통 사람들>에 90년에는 <좋은 친구들>이 케빈 코스트너 감독의 <늑대와 춤을>에 패배했으니 배우 출신 감독들에게 그는 지지리도 운없게 삼진아웃당한 셈이다. ■ 힐러리 스욍크 여우주연상 2연패 힐러리 스욍크(31)는 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올해의 수상에는 별 기대를 받지 못했다. 역대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두번 수상한 배우들이 불과 10명에 불과한데다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경쟁했던 중견배우 아네트 베닝(<줄리아 되기>)과 올해 다시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우상으로라도 아네트 베닝에게 트로피가 돌아갈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을 했지만 오스카는 다시 ‘강한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시상식장에 올라 눈물을 흘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과연 이 상을 받을 만큼 내 인생에서 뭔가 이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스욍크는 이스트우드 감독을 비롯한 스텝과 지인들에게 감사의 말이 너무 길어져 중간에 말을 끊은 음악이 시작되자 “아직 음악이 울릴 때가 아니”라면서 수상자 가운데 가장 긴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 흑인 남자배우들의 연기상 싹쓸이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에서도 미리 찜해놓은 듯 ‘당연한’ 수상결과를 받은 <레이>의 제이미 폭스(39)는 시드니 포이티어, 덴젤 워싱턴에 이어 세번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한 흑인 남자배우가 됐다. 올해는 남우조연상 역시 흑인 배우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모건 프리먼이 수상해서 남자 연기상을 모두 흑인이 수상하는 최초의 시상식이 됐다. 수상소감에서 제이미 폭스는 “나의 수상이 후배 배우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가난했던 유년시절 “내 연기의 첫 코치 였던 할머니”에 대한 가슴 뭉클한 사연을 꺼내놓아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모건 프리먼은 무대에서는 간단한 인사로 소감을 갈무리했지만 무대 뒤에서 “두 흑인 남자배우의 수상은 할리우드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우리가 세상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는 말로 감격스러움을 드러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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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감독상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냉정하고 적확한 리얼리즘
70대감독 작품세계는 청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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