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6 13:58
수정 : 2006.07.26 14:06
나우필름·아이에이치큐 등 “국내시장 포화” 밖으로 눈
미국 제작사와 손잡고 촬영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한-미 영화 합작이 잇따르고 있다.
나우필름(대표 이준동)은 미국 독립영화사 ‘박스 3’(VOX 3)와 합작 계약을 맺고 지난 24일 뉴욕에서 <네버 포에버>의 촬영에 들어갔다. 하버드대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김진아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그밖의 모든 스태프들은 미국 쪽에서 담당한다. 주연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무간도> 리메이크판인 <디파티드>의 여주인공을 맡은 베라 파미가가 캐스팅됐으며 상대역은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하정우다. 순제작비는 280만달러로, 9월 초 촬영을 마치고 선댄스영화제 등을 거쳐 2007년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에이치큐(대표 정훈탁)는 100% 미국 현지 인력과 현지 촬영으로 올해 초 <아메리칸 좀비>의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갔다. 100만달러짜리 저예산 영화로, 감독은 재미동포 그레이스 리가 맡았다. 아이에이치큐는 한-미 합작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7월 초 로스앤젤레스에 지사도 세웠다. 미국 이민 초기에 아시아 각국 무술인들이 무예 대결을 펼치는 코믹 액션물 <아메리칸 짬뽕>을 한-미-일 합작으로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영화에 앞서 만화를 먼저 내기로 하고 일본의 출판·영화사인 가도카와에 만화제작을 의뢰해 놓고 있다.
엘제이필름(대표 이승재)도 올해 초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작한 미국의 준메이저 영화사 포커스필름과 합작 계약을 맺고 <프린세스 줄리아>를 제작 중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인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 멀록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순제작비 2500만달러를 비롯해 모든 비용과 수익을 한국과 미국이 5 대 5로 나누기로 했다.
합작 영화의 이점은 미국에서 미국 영화로 등재돼 홍보·마케팅이 쉽고, 영어로 제작돼 언어·문화 장벽을 낮출 수 있으며, 미국 쪽 합작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쪽 배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감독·배우들을 미국에 알려 한국 영화 전반에 대한 미국인들의 친숙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훈탁 아이에이치큐 대표는 “한국 영화는 지역성이 강해서 미국에서 수입해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미국 쪽 영화업자 대다수의 반응이었다”며 “미국 시장에 다가가려면 판매가 아니라 초기 제작단계에서부터 합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한국 영화 개봉 편수가 지난해 80여편에서 올해 100여편으로 급증하는 만큼, 국내 시장만으로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계 영화 시장의 40%가 넘는 미국 시장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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