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6 18:55
수정 : 2006.07.26 18:55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8월3일 개봉하는 〈스승의 은혜〉의 가장 큰 미덕은 한국 공포영화가 공식처럼 반복 사용해온 상투적인 눈속임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 머리를 풀어헤친 원혼이 등장하지 않고 요란한 음향효과를 이용한 놀라게 하기 기술도 전혀 없다. 원한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스며 나와서 잔인한 복수극으로 치닫는다. 그 원한은 “공부도 못하고 집에 돈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누구나 한두번쯤은 경험했을 교사의 폭력에 기인한다.
〈여고괴담〉이 교사 폭력이나 대학입시 같은 한국 제도교육의 문제를 공포로 치환했다면 〈스승의 은혜〉는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라고 말 한마디로 간단하게 무마시켜버리는 교사 폭력에 초점을 맞춰 관객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유년의 공포를 호출한다.
오래전 은퇴한 박여옥 선생(오미희)은 1년 전 찾아온 제자 미자(서영희)의 수발을 받으며 쓸쓸한 노년을 보낸다. 아픈 선생님을 위로하기 위해 미자는 16년 전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을 부른다. 반장 세호(여현수)와 연인 사이인 부반장 은영(유설아), 학교 다닐 때는 ‘수퍼 돼지’라는 놀림감이었지만 몰라보게 날씬해진 순희(이지현), 운동선수였지만 지금은 다리를 저는 달봉(박효준), 선생님의 남다른 사랑을 받았던 명호 등이 한자리에 모이고, 여기에 모두가 싫어했던 정원이 슬그머니 끼어든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는 노래처럼 한국 사회에서 사제관계는 그 실상이 어떠하든지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사들 생각이 그렇다. 박 선생은 집에 도착한 학생들의 큰절을 받으며 흐뭇해한다. 학생들이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졌거나 교육적인 행동으로 포장돼 있다. 이런 모습은 찾아온 학생들에게 더 큰 분노를 일으킨다.
기형으로 태어나 가족의 저주를 받은 박 선생의 아이나 영화적 눈속임의 도구로 사용되는 정원의 존재이유가 모호하고 막판 반전의 무리함은 이 영화에 작지 않은 단점으로 눈에 거슬린다. 또 피해자를 다시 피해자로 만드는 방식도 석연치는 않다. 그럼에도 하루가 무섭게 교사 폭력과 학원 문제가 신문에 등장하는 요즘의 현실에서 〈스승의 은혜〉는 결코 이야기로만 즐길 수는 없는 여운을 주는 영화다.
김은형 기자, 사진 화인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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